더보기
당신은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습니다.
뒤에서 절걱거리며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뒤에서 동행하는 간수들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구두 밑창이 번뜩이는 바닥과 부딪히며 마찰음이 납니다.
뚜벅, 뚜벅.
그래요. 당신은 희대의 살인마인 니시오카 유우를 심문하러 가는 길입니다.
코오요오 리에키:(그 인간이 드디어)
어떤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가장 완벽하고도 잔학한 니시오카 유우를 말이에요.
그래요, 당신은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저 밖의 사람들이 말하길,
그의 악명을 칭송하자면 끝도 없다 하던가요.
갑작스레 사라진 이들은 시체조차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그의 상징으로 보이는 표식만이 그 자리에 남았을 뿐.
그렇게 세상에 자신의 살인 행각을 알렸습니다.
시체 없는 살인이라니!
수많은 사람들의 살인 목격담이 이르렀지만, 그 누구도 살인마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했습니다.
그저 누군가가 그 자리에 있었고,
살인을 행했으며,
시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거죠.
그 전말은 구전처럼 사람들의 입에 떠돌았고, 얼굴 없는 살인마를 수면 위로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그를 심문장에 처박은 마지막 살인!
너무도 허술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현장에 자신의 일부를 남겼던 거죠.
코오요오 리에키:(그 철저한 인간이?)
수많은 목격담이 함께 올랐고, 목격자들은 범인의 얼굴을 기억했습니다.
게다가 니시오카 유우의 DNA마저 검출되고야 말았습니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어요.
그는 너무도 쉽게 잡혔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하지만, 글쎄요.
당신은,
어쩌면 당신만은 압니다.
니시오카는 결벽적일 정도로 철저한 사람이었죠.
속내를 감추고, 절대로 수면 위로 드러날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던.
뭐, 여러가지 일이 겹쳐 당신은 그의 본모습을 안다지만은.
코오요오 리에키:(그 완벽을 추구하는 인간이 그럴 허술한 짓을 할 리가)
그래요, 그 말대로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그가 용의자라는 것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모든 정황과 증거가 그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상황에 어떤 의문을 느끼든, 인류는 니시오카 유우를 처형대로 올리길 바랍니다.
그래도 절차는 절차니까요.
어떤 의문이 성겨 있는지는 몰라도,
당신은 이 철문을 열고 그와 마주하게 되겠죠.
코오요오 리에키:(그건 나도 바라는데)
나란히 따르던 간수들이 굳게 잠긴 문을 엽니다.
회칠된 벽면에 전등 하나가 깜박입니다.
시선을 들면, 맞은편에 구속복으로 온 몸을 결박당한 니시오카 유우가 있습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피로에 파리하게 질린 낯.
재갈과 안대로 눈과 입이 가려졌지만, 그럼에도 당신의 기척을 알아차렸는지 그가 고개를 듭니다.
저 모습을 보니 조금 실감이 나는 것 같지 않나요?
그래요, 그는 지상 최악의 살인마입니다.
간수는 곧 당신의 앞을 가로막고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엽니다.
간수:코오요오 1급 퇴마사님, 그는 폭력성을 보이지 않으나 1급 범죄자로 분류되어 현재 최고 단계의 구속을 진행했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풀어봤자 힘도 없는 인간이 뭘 할 수 있다고... (니시오카 쓱 보더니) 뭐. 일단은 네, 알겠습니다.
테이블에는 서류가 놓여 있습니다.
저게 신상명세서와 여타 정보인 모양이죠.
코오요오 리에키:15건? 많이도 해 처먹으셨군요.
니시오카 유우:... (안대에 재갈까지 묶인 탓에 대답 없이 그저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 기울인다. 검은 천에 한 겹 가려진 시선이 명확히 네 쪽을 향했다.)
코오요오 리에키:(마주치지 않는 시선에 자연스럽게 미간이 구겨진다.) ... 입이 막혀있으니 그래도 평소보다는 낫네. 당신 평소에도 그렇게 살지 그랬어요.
니시오카 유우:(성가시다는 듯 고개를 조금 뒤로 젖힌다. 저따위 말들을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하다니 아주 갈 때까지 갔군, 따위의 감정이 느껴지는 행동이다.)
저항할 수 없는 드문 모습은 충분히 만끽했나요?
원할 때 재갈과 안대를 풀어줘도 됩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입을 막아도 사람 기분 더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이거 풀어야 하나? 열어봤자 또 속 긁는 말만 할 텐데) .... 진작에 쑤셔 넣을걸. (작게 중얼거립니다)
그의 안대와 재갈을 풀면, 조금 탁해진 듯한 새파란 눈동자가 당신을 향합니다.
마른 기침과 함께 입을 봉한 입술 끄트머리에서 타액이 맺힌 자국이 길게 늘어졌다 끊깁니다.
얄팍히 갈라진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니시오카 유우:...왜 당신이죠?
코오요오 리에키:나도 당신 얼굴 보기 싫거든요?
니시오카 유우:(헛웃는다.) 진심인가요? 이 꼴로 무슨 짓을 한다고.
코오요오 리에키:뭔들 못할까. 특히 당신이.
니시오카 유우:(날것의 피로가 스며든 눈으로 너를 바라본다.) 말뚝은 옆 나라 한국 구전 전승 아닌가요. 죽어서도 내 혀에 박힐 일은 없겠는데. (이런 말이나 한다.)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내가 박아줄까요? 마지막 소원으로 그 정도는 들어드릴게요.
니시오카 유우:(말없이 시선 굴리다 가벼이 한숨 내쉰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심문의 기초도 모르는군요. 반쯤 희망을 쥐어주고 필요한 것을 캐내는 게 일반적인 과정인데도.
코오요오 리에키:그 꼬락서니로 사람 속 긁은 것도 재능이면 재능이네요. 그래도 지금은 기분 좋으니 한번은 봐 줄게요.
니시오카 유우:이 정도에 긁히는 게 이상한 거 아닌가요. (별다른 여과 없이 말 툭 뱉어낸다.)
코오요오 리에키:(기분 좋으니 가뿐히 무시하고는) 왜 살인을 저질렀어요? 그런 거 안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은 없을 텐데.
니시오카 유우:글쎄... 갑자기 누구처럼 지갑이라도 좀 털어보고 싶어져서. (성의 없는 답을 툭 던지곤 시선 네 뒤의 간수에게 잠시 향했다가 돌아온다.)
코오요오 리에키:이번에도 좀 가지고 오지 그랬어요? 당신 때문에 포기한 내 시간 아깝게.
니시오카 유우:가지고는 있었는데 압수 당했어요. 당신 뒤에 서있는 간수한테 물어보지 그래요.
코오요오 리에키:넘어갈 거라 생각해요?
니시오카 유우:뭐, 모처럼 두 번씩이나 질문해줬으니 솔직히 말할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네요.
코오요오 리에키:허, 참.
니시오카 유우:당신은 여기 들어온 이상 사적 제제는 가해도 살해는 할 수 없는 심문관이라서요. (아, 귀찮고 성가시다.)
코오요오 리에키:내가 봐주는 건 한 번이라고 했죠?
니시오카 유우:(미간 구겨진 채 시선 내리깔았다가, 맥없이 돌아간 고개 바로 한다.) 일단은 법치국가라서요. 간수들 앞에서 날 죽이고 다음으로 목이 매달릴 생각이라면 뭐, 그래도 되고⋯
코오요오 리에키:목이 매달리는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겠죠.
니시오카 유우:(짧게 기침 내뱉었다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널 본다.) 생각하는 수준하고는.
코오요오 리에키:(이번에는 주먹으로 니시오카의 뒷머리를 내려칩니다)
니시오카 유우:윽, (짤막한 신음이 샌다. 짜증난다는 듯한 기색으로 잠시 입 다물었다가,) 후회 안 해요.
코오요오 리에키:평소에는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하더니, 이번에도 좀 그래보지 그랬어요. 유가족들에게 미안하지도 않나 봐요.
니시오카 유우:유가족들도 신경 안 쓸 것 같던데.
코오요오 리에키:아뇨? 당연히 안 믿을 건데요?
니시오카 유우:그 말⋯ 몇 번째 듣는 건지 모르겠네.
코오요오 리에키:당신의 그동안 행적이나 되돌아보고 말하세요.
니시오카 유우:(이번엔 조금 고개 틀어 피한다. 구속복에 묶인 채였지만 고개 까딱하는 정도는 그닥 무리 없었으니까.) 과거에 목매는게 참 그쪽답긴 한데⋯
코오요오 리에키:(미간을 구기고는 곧바로 니시오카의 멱살을 틀어잡는다) 여전히 입만 산 게 그쪽답긴 하네요.
몇 대쯤 때렸을까요? 손에 남는 감촉이 언제나와 같이 익숙합니다.
뒤쪽에서 상황을 살피던 간수가 다가와 정중히 당신을 말립니다.
간수:⋯코오요오 퇴마사님, 시일이 다 지나기 전에 용의자의 신변에 과한 문제가 생기는 건 곤란합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살인자 인권 하나는 끝내주게 챙겨주면서... (쯧,) 죽이지는 않았어요. 그럼 문제없죠?
아직 분이 덜 풀린 것 같은 기분이긴 하지만, 때마침 시간도 다 됐네요.
니시오카는 별다른 대답 없이 허공에나 시선을 주고 있습니다.
몇 대 안 때렸는데. ...이 인간 엄살이라도 부리나?
코오요오 리에키:(거칠게 손을 털어내고는) 기분 나쁜 새끼... (작게 중얼거리는 고는 마지막으로 한 대 더 때리고 나갑니다)
짤막한 신음이 들려온 것 같지만 어차피 언제나와 같은 대화를 한 것 뿐인 걸요?
돌아가는 길이 올 때보다 길게 느껴집니다.
저 인간이 연관되면 항상 불쾌한 기분이죠.
코오요오 리에키:(끝까지 귀찮게 만들어. 인상 팍 쓰며 대충 손을 겉 치마에 문지릅니다)
당신에게 배정된 숙소로 걸음을 옮깁니다.
내일도 저 인간을 봐야한다니... 심히 유감스럽네요.
(To GM): 2
(To GM): 2
또다시 새로운 아침이 밝았습니다.
취조실로 들어가는 복도는 여전히 길고 어둡습니다.
일렬로 늘어진 복도등이 깜빡거립니다.
옆을 따르는 간수들은 말이 없습니다.
네모난 등이 몇 번씩이나 지나고 나서야 니시오카가 구금되어 있는 곳이 보입니다.
주위는 엄숙하고 고요합니다.
오늘의 구속은 어떻게 조절할까요?
코오요오 리에키:(그 짜증 나는 입을 막고 싶은데 그걸 수도 없고...) 쯧.
당신의 뒤를 따라오는 간수들 중 한 명에게 전달하면, 그 간수가 먼저 철문 안쪽으로 들어갑니다.
심문에 용이하도록 조절하기 위해서겠죠.
코오요오 리에키:(이번에는 좀 얻어 가는 게 있어야 할 텐데...) 이 시간이면 돈이... (중얼중얼) 아깝다... .
간수:시일이 전부 지나면 심문관으로써 충분한 수당이 지급되실 겁니다.
그건 듣던 중 다행인 소리네요.
코오요오 리에키:정말요? (눈 반짝반짝)
간수:...공개적으로 사형대에 세워야 하니 눈에 보이는 부분의 타격은 피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런 말 간수가 해도 되나? 싶지만 1급 중범죄자에게 인권은 딱히.)
간수가 말을 맺으며 문을 열어줍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이 간수 마음에 든다. 고개 끄덕이고는) 주의해서 때리겠습니다.
당신이 들어가면, 어제와 같은 자리에 앉은 니시오카가 보입니다.
오늘은 뭔가 묘하게 그와 시선이 맞닿지 않습니다.
책상에는 어제와 같은 서류철이 놓여 있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돈! 돈 생각에 기분 좋게 서류철을 집어 들고는) 바로 시작하죠. 이전에 저질렀던 살인의 시체들은 어떻게 처리했나요?
니시오카 유우:⋯⋯ (제법 느릿하게 시선이 네게 향한다.)
코오요오 리에키:(저거 왜 이래.) 정신 나갔어요?
니시오카 유우:저도 몰라요, 그건. (어느 쪽에 대한 대답인지? 아무튼 평소와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아는 게 뭔데요, 그럼? (금세 또 얼굴 구기고는)
니시오카 유우:⋯뱀? 아.
코오요오 리에키:평소 같으면 발작할 인간이 왜 이래요?
툭 밀면 일말의 저항감 없이 잘 밀립니다.
평소에 곧잘 보이던 불쾌감도 딱히 드러나지 않는 것 같은데... 진짜 고장났나?
코오요오 리에키:(진짜 정신 나갔나 봐)
니시오카 유우:(짤막히 앓는 듯한 신음 흘린다. 무의식적인 동작으로 제 팔 쥐려다 구속복이 풀린 것도 뒤늦게 자각했는지 잠시 시선 내리깐 채 미동 없다가 고개 든다.)
코오요오 리에키:검은 뱀 입안에 있을 때보다 더 정신이 나간 것 같군요. (오늘도 일찍 끝내기는 글렀네. 쯧.)
니시오카 유우:(네 말을 속으로 다시 되새겨볼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아랫입술 지그시 물었다 뗀다.) ⋯⋯그래.
코오요오 리에키:(인상 찌푸리고는) 당신... 하. 진짜. (답답함에 세 머리카락을 헝클인다.)
니시오카 유우:⋯ (잠시 시선 굴린다.) 자세히는 기억 안 나요.
코오요오 리에키:이렇게 보면 또 제정신 같기도 한데... . (그냥 내 말을 무시하는 건가?)
니시오카 유우:(⋯) 이번에는 내 기준이 아니었거든요.
코오요오 리에키:당신은 가치가 있고? (더욱 미간이 구겨진다.)
니시오카 유우:(고개 기운 채 허공 어느 구석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헛웃는다.) 그래요, ⋯지금 이 꼴이 된 걸 보면 나도 그닥 가치 없는 인간일지도 모르지.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가치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어요. (얘가 이상해도 말할 건 해야지)
니시오카 유우:(말을 돌리자 별다른 대답 없이 넘어간다. 얄팍한 생각의 흐름이 파도치는 물결처럼 참 쉽게도 바뀐다. 그 물음에 그제야 시선이 네게 닿는다.) ⋯당신이요?
코오요오 리에키:우웩
니시오카 유우:(우당탕! 선명한 소음과 함께 의자째로 나뒹군다. 마른 기침을 토해내며 몸을 웅크린 채 숨을 몰아쉰다. 바닥에 물결처럼 퍼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꼭 폭력은 처음 겪는 사람마냥,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아닌가요? 당신 나 싫어하잖아요. 죽일 수 있으면 진작에 치워버리고 싶잖아요. 아니에요?
니시오카 유우:하⋯ (바람빠지듯 헛웃는다. 인간을 정의내리는 것이 이다지도 얄팍하고 쉽다니.)
코오요오 리에키:그래요? 반대네요 난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죽이는 게 중요한데.
니시오카 유우:(네 손 쳐낸다. 불쾌감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낯을 하곤, 숨을 쉴 때마다 명치께가 아려와 이 악문다.) ⋯그 따위 설교를 할 거면 지금 내게 이러면 안 되죠. 전의 나와 지금 나는 상황이 엄연히 다른데. 피해자들에게도 그렇게 말해보지 그래⋯⋯. (두서 없이 토막난 말들은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기엔 무리다.)
코오요오 리에키:당신을 피해자와 동일 선상에 놓는 것 자체가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끔찍한 새끼... .)
니시오카 유우:(헛웃는다. 제법 무력한 일반인같은 낯을 하곤 중얼거린다.)
코오요오 리에키:아무것도 모르면 설명이라도 하던가! (끝내 멱살을 틀어잡는다.) 아까부터 나랑 장난하자는 것도 아니고...!
니시오카 유우:(아마 평소였다면 멱살이 잡히고 주먹이 날아오는 순간까지 끝까지 너를 쏘아보고 있었겠지만, 이번에는 눈을 질끈 감는다. 당연한 수순으로, 미처 억누르지 못한 신음이 샌다.)
아무리 분풀이를 해도 속이 풀리지 않습니다.
이 찝찝함의 근원은 대체 뭐죠?
코오요오 리에키:(분을 삼키지 못하며 니시오카를 거칠게 바닥으로 내팽개칩니다)
바닥에 쓰러진 니시오카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일어나지 않는건지, 일어나지 못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뭐, 당신 알 바인가요?
저렇게 살다 죽으라지.
돌아나오는 발걸음은 늪에라도 빠진 것처럼 축축하고 무겁습니다.
피로에 가득 짓눌린채 숙소로 돌아옵니다.
3일째의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와 같은 어둑한 복도를 걷는 도중 간수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어제는 어떠셨습니까?
돌아보는 얼굴은 그저 덤덤합니다.
당신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고저 없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미간을 찌푸리고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당신의 대답에 잠시 침묵하던 간수가 말을 잇습니다.
체포 당시 폭력성은 전혀 없었으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부디 명확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철문 앞에 선 간수가 여러 개의 고리가 달린 열쇠를 돌려 문을 엽니다.
코오요오 리에키:가뜩이나 힘도 없는데 구속 당한 놈에게 진다면 퇴마사 자리 내려놔야죠. (그것도 무예부인데.)
오늘의 구속은 어떻게 조절하나요?
코오요오 리에키:... (어제의 일을 떠올린다. 더욱 표정이 험악해져서는) 구속복 채워주세요.
간수는 당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안으로 들어서자 구속복에 묶인 익숙한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의문이 들지 않나요?
왜 이 자리에 선 것이 당신이었을지.
코오요오 리에키:(저 인간 망설임 없이 죽일 놈이라?)
그렇다기엔 하필 당신에게 심문관의 자리가 배정된 것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이 자리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의무가 있으니까.
니시오카가 당신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To GM): 6
아, 저 얼굴.
어쩐지 익숙한 낯이지 않나요?
코오요오 리에키:..... (시선이 마주쳤지만 무시하고 맞은편에 앉습니다)
그러니까... 당신이 이 곳에 들어오기 전, 평소에 보았던 그와 같은.
자신만만하고, 비이성적이며, 제 잘난 맛에 사는.
니시오카 유우:⋯뭐예요? 드디어 납치라도 하신 건가요?
코오요오 리에키:뭐하는 거야 이제 기억상실까지 왔어요?
니시오카 유우:(고개 삐딱하게 기울인다.) 나야말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요.
코오요오 리에키:... 이게 진짜 미쳤나. 뭘 잘했다고 나불거려요?
니시오카 유우:(아무리 봐도 저쪽이 미친게 분명하지만 날 이 꼴로 만들어뒀으니 잠시는 어울려주겠다는 듯한 태도로,) 뭘 기억해야 하는데요?
코오요오 리에키:(짜증 나 진짜 이딴 소리를 지금 저 인간에게 들어야 해??)
니시오카 유우:(고개 기울인다.)
코오요오 리에키:살인미수는 또 뭔데요? (이 인간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니시오카 유우:아, 검은 뱀 사건은 그냥 미수로 쳐주시겠다? 왜 갑자기 관대해지셨죠?
코오요오 리에키:그건 협회가 당신을 일반인으로 규정해서...! (아 짜증 나!)
니시오카 유우:리에키 씨가 밤중에 외출 나온 제 머리를 벽돌로 내려치고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게 마지막 기억이죠. (이런다⋯)
코오요오 리에키:(골 때린다. ) 아오 진짜! 누구는 당신 때문에 이런 개고생 중인데! (서류철 얼굴에 던집니다)
니시오카 유우:(잠시 눈 깜박이며 바라본다. 거짓말하는 얼굴은 아닌데.)
코오요오 리에키:헛소리. (인상 팍 구기고는 니시오카 노려본다)
니시오카 유우:내가 뒤처리를 허술하게 했다고요? 그거 정말 믿기지 않는 모함인데.
코오요오 리에키:(이 자식이?) 누구는 좋아서 온 줄 알아요?!
니시오카 유우:(표정 일그러진다.) 토할 것 같으니 그딴 헛소리는 집어치우죠?
코오요오 리에키:이게 진짜...! 내가 헛소리 작작하라 했죠?! (가까이 다가가 멱살을 틀어 잡습니다)
니시오카 유우:상황을 알아야 머리를 굴리든 말든 하죠, 내가. (짜증나고 아프고 아무튼 짜증난다. 미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너를 응시했다가, 뒤쪽의 간수 한번 바라본다.) 보통 그런 말은 어르고 달래면서 하지 않나? 이렇게 폭력적이어서야⋯.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헛소리에 시달리는 것도 짜증 나는데 이제 어르고 달래기까지 해야 하나요?
니시오카 유우:(니시오카 어린이? 같이 속 메스껍다는 표정 적나라하게 드러낸 낯을 한다.) 하⋯ 이게 무슨 웃기지도 않는 촌극인지.
코오요오 리에키:이게 진짜!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와서 주먹으로 니시오카의 머를 세게 강타합니다)
니시오카 유우:아, (맞아서 고개가 돌아가자 순간 표정 쎄해진다. 저 인간이 후려쳐서 기억 날렸구만? 에 대한 확신...)
코오요오 리에키:뭘 봐요? 이제는 나도 죽이게? (덩달아 싸늘한 눈으로 니시오카를 노려본다. ) 어디 해보시던가! 당신 사형일만 앞당겨지겠지! 아니면, 죽일 수는 있고? (허, 참!)
니시오카 유우:(그 모습 가라앉은 눈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입꼬리 올려 조소 자아낸다.) 리에키 씨가 심문관이라고 했던가. 여러번 생각했지만 왜 그쪽이죠? 상황파악 능력도 떨어지고 오래 인내하지도 못하고 하다못해 공정하지조차 않은데. 그쪽을 내 앞에 세워서 타인이 뭔가 얻어낼 것이 있지 않고서야.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당신은 상황 파악 능력이 있어서 지금 그 꼴이고? (허, 하고 한숨 내뱉는다.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굳이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 노망나기 전 당신에게 물어보던가, 아니면 윗대가리들에게 항의하던가. 내가 왜 범죄자의 물음에 답해줘야 하죠?
니시오카 유우:(고개 모로 기울인다. 별 의미도 이득도 없는 허울뿐인 대답을 그리도 듣고 싶다면야.) 네, 무고하다고 생각해요.
코오요오 리에키:
저 인간이 말을 싹바가지 없게 하는 것과는 별개로 저 상태로는 무언가를 캐낼 수 없다는 건 자명합니다.
그러고보니 말이에요, 리에키.
당신이 심문에 임하기 전에 간수에게 받아온 것이 있지 않나요?
코오요오 리에키:쓰레기 새끼가. (손을 높게 들어 니시오카의 머리를 내려칩니다. 곧바로 발로 그의 명치를 찍어 누릅니다.)
짤막한 신음과는 별개로 이렇다 할 저항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긴, 그조차 당신에게는 그저 불쾌할 뿐이지만요.
약물이 모두 혈관으로 흘러들어가고, 빈 주사기를 내팽개치면 니시오카가 당신을 바라봅니다.
여즉 웃음기 어린 묘한 낯입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웃어? (그대로 뺨 한 대 더 때려줍니다)
니시오카 유우:(고개 조금 틀어 피한다. 꼭 때려야겠다면야 못 맞아줄 것도 없긴 하다만은.)
코오요오 리에키:내 분이 풀리려면 당신이 빨리 죽는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죽어볼래요? (여전히 잡고 있는 금색 실타래를 더 세게 움켜잡습니다.)
니시오카 유우:(미간 조금 찡그렸다 편다.) 이미 충분히 아픈데. 때릴 거라면 그냥 빨리 한대 치고 끝내요.
코오요오 리에키:하, 참. 당신 정말 재수 없어요. 잘 알고 있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삼킨다. 죽음 앞에서도 고귀할지 보자. ) 언제까지 그 태도를 유지하는지 궁금하네요.
니시오카 유우:심문관이라는 게 그쪽이 아니었다면 조금 더 쉽게 풀렸을텐데 이렇게 귀찮을 수가. (이렇게 머리 안 돌아가는 심문관을 데리고 하나부터 열까지 구슬려야 하는 제 처지가 몹시 고달파 한숨이나 내쉰다. 어쨌거나 한 번은 맞아줘야 할 성 싶었기에 별다른 저항 없이 머리채 붙들려 처박힌다. 시야가 일그러져 잠시 눈 감았다 뜬다.)
코오요오 리에키:(이 자식이? 빈정거림에 속에서부터 화가 몰려왔지만 얼굴을 찌푸리는 걸로 참기로 합니다. 어차피 죽을 놈이니까. ) 당신은 삼도천에 빠져도 입은 뜰 테니 저승에서 죽을 일은 없겠네요.
니시오카 유우:(천천히 상체 일으켜 세워 바닥에 앉은 채 대강 아무렇게나 등 기댄다.) 내일은 잘 생각해요. 그 덜 여문 머리로도 4일동안 화풀이나 하라고 구태여 심문관 직책까지 써가며 그쪽 붙여둔 건 아닐 거란 생각 정도는 할 수 있을 테니까.
코오요오 리에키:개자식이 봐주려 해도 입을 놀려? (곧 죽을 인간에게 괜히 화를 내서 시간 낭비 안 하려고 했더니 끝까지 말썽이다. 일어나는 동시에 앉아 있던 의자를 잡아 니시오카에게 세게 내던진다.) 당신 스스로 사형대에 올라가고 싶으면 그 입이나 조심해요.
니시오카를 향해 내던진 의자는 피했지만 곧 복부가 걷어차여 나뒹굽니다.
앞으로 며칠 동안이나 저 얼굴을 봐야 한다니,
어차피 다 의미 없는 일일 텐데 지금 죽일 수 없다니 참 한스러운 일이죠.
코오요오 리에키:(심적으로 힘든데 이 정도면 돈 청구 가능 해야 한다 생각함)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돌아나오는 동안에도 니시오카는 당신을 바라보며 비웃듯 헛웃음을 흘립니다.
참으로 짜증나고 혐오스러운 인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간수들을 따라 그대로 왔던 길을 돌아나갑니다.
그에게 인권이란 정녕 도살된 것들 중 하나일까요.
코오요오 리에키:(사람도 아닌 자식 생각하는 것만으로 짜증나 머리를 헝클입니다)
창 밖에는 비까지 내려 우중충한 기분입니다.
일주일이 너무나 길게 느껴지네요.
(To GM): 4
또다시 새로운 날이 밝았습니다.
또다시 그 칙칙한 방으로 나설 준비를 하는 당신에게 간수 한 명이 찾아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귀찮다 진짜. 썩은 표정이지만 돈은 받아야 하니 갑니다) ... 아오.
코오요오 리에키:(여전히 구겨진 표정으로) ... 뭔가요?
간수:코오요오 심문관님, 용의자가 흘린 정보의 사안이 시급하다 판단되어 취조에 들어가기 전에 전달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그렇게 말한 간수는 당신에겐 제법 익숙한 파일철을 건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내용을 확인하고는 더욱 미간에 주름이 깊어진다. ) .... 전달 감사합니다. 확인 했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인 간수는 또다시 여느 때처럼 앞장섭니다.
코오요오 리에키:(더 복잡해질 것 같은 일에 머리를 헝클입니다.) 하... .
그러게나말이에요.
날짜가 꽤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진척은 없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복도에 같은 전등.
몇 번의 열쇠를 꽂아 비틀고 나서야 그 육중한 문이 열립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차라리 임무를 가는 게 더 좋겠는 표정) ... . (대충 고개 까닥이고 들어갑니다.)
간수:오늘은 말씀드린 몇 가지 정보 때문에 앞서 심문하느라 재갈을 풀어두었습니다. 나머지 구속 정도는 어떻게 조절하시겠습니까?
코오요오 리에키:아, 구속. (잠시 고민하고는) 그 인간 눈 보기 싫으니 재갈 빼고 안대까지 부탁드립니다.
간수:알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조치해두겠습니다.
앞서 들어간 간수와 약간의 사이를 두고 들어가면 과연, 당신의 말대로 성실하게 처리해두었네요.
간수는 여느 때처럼 가벼운 목례를 남기곤 문을 닫고 나섭니다.
코오요오 리에키:(닫힌 문을 보다 한숨을 내뱉고는 맞은 편에 앉습니다)
니시오카 유우:이래서야 무슨 심문이 되겠어요? (가지가지하는군... 싶은 얼굴이지만 반이 가려서 잘 보이진 않는다.)
코오요오 리에키:나도 시간 낭비인 거 아니까 협조나 하세요. (오늘은 또 재수 없는 버전이야? 허, 참.
니시오카 유우:협조할 생각은 원래부터 있었어요. 안 듣고 냅다 쥐어팬 건 그쪽이잖아요?
코오요오 리에키:언제부터 비아냥이 협조로 정의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이제 기억은 돌아왔고?
니시오카 유우:기억도 없는 사람에게 자꾸 자백을 받아내려 하니 기막히지 않겠어요?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뭐, 기억도 없으니 묻지 말고 사형대에 올려줄까요? (여전히 흥미 없다는 듯 니시오카를 바라봅니다.)
니시오카 유우:(시선이 마주치는 일은 없다. 잠시 무언가 생각했다가 천천히 입 연다. 첫번째는 생략, 그리고 두 번째부터는...) 네, 아니오, 네.
코오요오 리에키:(바보 취급 하는 것 같은데?)(기분 나쁘다는 얼굴로 니시오카 노려보다 어휴, 한숨 쉽니다.) 사고 쳤다는 건 알겠어요.
니시오카 유우:(안대로 한 겹 가려져 있으니 바보취급을 해도 바로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은? 것 같기도?)
코오요오 리에키:(이 자식이?)
니시오카 유우:(어쨌거나 주어진 정보가 지금으로써는 청각밖에 없으니 평소보다 생각이 오래, 깊게 이어진다. '그것'은 미리 말한 이름들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지금 상황을 말하는 건가. 둘 사이에 크게 차이점은 없으니 어떤 대답을 하든 괜찮을 것 같은데. 어쨌든 거기까진 연관지었다니 참 다행이고.) 네.
코오요오 리에키:(저걸 때려 말아. 주먹까지 들었다가 좀 쓸만한 것 같으니 참기로 합니다) 하... . ( 더 복잡해진 상황에 머리 습관적으로 머리 헝클이고는)
니시오카 유우:(이제서야 그 정도라도 알아먹어주니 참 기특하긴 한데 한꺼번에 질문을 두 개씩이나 하면 어쩌자는 거예요, 정도의 시선이지만 보이진 않는다.)
코오요오 리에키:(눈 가려도 알아요 이 자식 지금 내 욕했어.) (불쾌한 표정... )
니시오카 유우:(어깨 가볍게 으쓱했다가 조금 입꼬리 올려 웃는다. 이대로 나가 죽으라고 손 털지 못해서 꽤나 유감이겠네요, 하는 듯한 낯이다.) 네.
코오요오 리에키:(한참을 침묵하다. ) .... 그거 당신이 죽으면 일어나나요?
니시오카 유우:(전조 없이 이어진 소리에 잠시 눈 굴렸다. 이번엔 여러가지를 가늠해보는 듯 꽤 잠잠하다.) ...네. (그닥 확신은 없는지 아리송한 음성.)
코오요오 리에키:똑바로 대답해요! (결국 참다못해 비명을 지릅니다.) 아니 그럼 지금까지 내가 한 고생은 뭐야?! 당신 죽는 꼴 보자고 시간 낭비하는 것도 봐줬는데! (기어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일어납니다. 의자가 시끄러운 소음을 내며 뒤로 넘어집니다.)
니시오카 유우:(네 목소리 따라 시선 올린다. 평소같았다면 그러게 나 죽는 꼴 못 봐서 참 유감이겠다며 비웃어주기라도 했을 테지만 그저 묘한 웃음기 어린 낯으로 고개만 모로 기울일 뿐이다. 참... 멍청하면서도 본능에 따른 머리는 어떻게 그렇게 신속히 굴러가는지. 요 며칠간 그토록 멍청하고 한심하게 굴더니 나와 세상은 또 용케 연결시키고.)
코오요오 리에키:미친놈이 또 뭔 사고를 친 거야! (주먹 쥔 손이 책상을 내려칩니다. 그 와중에 자신을 함부로 못 죽인다는 자신감이라 생겼는지 묘한 웃음에 짜증이 올라왔고, 멍청해도 자신을 비웃는 건 잘 알겠으며, 돌아오지 않는 대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
니시오카 유우:(이번엔 정말 억울하다고요, 정도의 표정을 지어보였다. 애초에 객관적으로 평소 행실을 본다면 네가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애초에 믿음까진 기대도 안 했고요. 착실하게 네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참 쉬운 일 아닌가.) 네.
코오요오 리에키:(당신의 표정을 분노로 인해 눈치채지 못한 걸 다행으로 여기자. 머리가 아파진다.) 당신은, 진짜.
니시오카 유우:(그 질문을 네 입으로 내뱉게 했다는 점에서 이미 그동안의 수모와 맞바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야말로 죽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던 것을 스스로 내팽개치게 생겼으니 어떻게 즐거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고개 들어 보이지 않았지만 그곳에 있을 네 시선을 마주했다. 한껏 웃는 낯이다.)
코오요오 리에키:(말이 나오지 않았다. 안대로 인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상관없다. 유쾌한 듯 한껏 웃는 낯에 무어라 말하기도 전에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인다. 발이 책상을 니시오카 쪽으로 밀치고 바로 왼손으로 의자를 들어 던진다.) 개새끼가 진짜!!!
니시오카 유우:(어떻게 즐겁지 않을 수 있을까? 평정을 잃은 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은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다. 어쩌면 네 그 분노가, 허무함과 울분이 고스란히 제게는 기준치 이상의 즐거움으로 치환되어 흘러드는지도 모르겠다. 아, 그래. 그런 거라면 말해줘야지. 네 기대를 기꺼이 배신해주어야지. 허락받지 못한 말들을 한 마디, 한 마디 꺼내놓을 때마다 속이 진탕되어 내장 조각 섞인 검붉은 피를 줄줄 토해내면서도 웃었다. 속이 경련하는 통에 몸을 웅크리며 뒤채고서도 몹시도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그야, 고작 이 한 번으로 엿 먹일 수 있는 것이 둘이나 되는데.) ... ...
니시오카 유우, hp - 4
코오요오 리에키:(사람이 이렇게 끔찍할 수 있는가? 더러운 진흙탕에 몸을 굴려도 이렇게 추악할 수 있나? 향수를 뿌리고 정장을 입어도 악취는 숨길 수 없는 법이다. 그녀 또한 밑바닥에서 굴렀기에 자신이 깨끗하다고 자부할 수 없다. 그럼에도 최소한의 선은 지켰다. 도덕을 버리고 불의를 감수하고 스스로 눈을 뽑아 몸을 훼손해서라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해서 지켜야 할 도리, 인권, 최소한의 인간성. 그 모든 건 인간의 겉가죽을 뒤집어쓴 그것들과 나의 차이점이고 그 아이들을 위한 마지막 사죄이다. 근데 그것도 상대가 인간이기에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리에키는 눈앞에서 피를 토하면서도 즐겁게 웃는 그를 벌레보듯이 노려보았다.)
코오요오 리에키:(점점 손에 힘이 실린다.) 난.......난. 당신이. 세상에서 제일 끔찍해요.
니시오카 유우:(그럴싸한 저항은 없었다. 제 목을 틀어쥐는 네 손목을 비루먹은 힘으로 한번 쥐었다가, 그대로 얼마 못가 툭 떨군다. 네가 죽이지 못함을 알기 때문일 수도 있고, 어쩌면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 꽤나 지쳤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코오요오 리에키가 직접 세상을 제물로 바치면서까지 날 죽이겠다면야, 못 죽어줄 것도 없었다. 그 대가로 제 앞의 어리석고 멍청한 인간 하나쯤은 확실하게 죽음보다 더한 파멸을 안겨줄 수 있을 테니까. 아, 정말이지 편협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아니던가...) ...서운, 하네. 이번에는 내가... 그들에게서, ―을, 구했는데... ...말이에요.
코오요오 리에키:(살아있는 이상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면, 타인을 짓밟아 비웃는 것들도 허용해야 하는가? 코오요오 리에키는 아니라고 답했다. 죽어 마땅하다고, 그 목을 비틀어 불태워서 위령제를 지내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그럼 그 목에 무고한 사람의 목숨이 달려있다면? 하나가 아닌 열, 백, 천. 그 이상의 생명이 걸려있다면? 너는 죽일 수 있는가? 고작 사적 감정과 과거에 세상을 위협했다는 이유로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어 갈 건가?)
코오요오 리에키:(몸을 일으킨다. 욱신거리는 화상 자국이 냉정을 되찾는다. 쓰러진 의자를 세우고 그 위에 앉는다. 잠시 침묵을 가진 그녀가 느리게 입을 연다.)
니시오카 유우:(키득여 웃었다. 숨을 토하는지 피를 토하는지 모를 정도로 온통 붉은 자국이 앞섬을 적셨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이명이 가늘고 길게 이어져 네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네가 손을 놓고 일어났음에도 따라 몸 일으키지 못했다. 이럴 것을 예견했음에도 한편으로는 조금 아쉬웠다. 악인의 목숨에 무엇을 더하면 코오요오 리에키가 죽어서도 눈감지 못할 만큼 절망토록 만들 수 있을까.) ...네 믿음이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어요.
니시오카 유우 hp -3
코오요오 리에키:내가 어리석다면 당신 또한 그러하겠죠. (언제 분노에 눈을 빼앗겨 달려들었냐는 듯 한껏 차분해진 목소리가 담담하게 말한다. 그러면서도 무릎 위에 올려진 꽉 쥔 주먹은 여전히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니시오카 유우:(비슷한 어조로 입 열다가 문득 멈추곤 웃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코오요오 리에키:(말없이 그를 노려본다. 무어라 말하려는 듯 입이 달싹였지만 이내 입술을 깨문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입술이 터져 턱을 타고 피가 흐른다.) ... .
닫힌 문 너머로도 즐거워 미치겠다는 듯 소리 높여 웃는 니시오카의 웃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야말로 가증스럽고, 혐오스럽고, 끔찍한...
리에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요?
코오요오 리에키:.... .
코오요오 리에키:(한가지 확실한 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을 거라는사실입니다.)
당신은 니시오카를 이해할 수도 없고,
애초에 이해해서도 안 될 텝니다.
하나 명확한 것이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옳았다는 사실이죠.
코오요오 리에키, 당신이 그렇게 믿고 있는 한은.
코오요오 리에키:( 오늘은 악몽을 꿀 것 같다.)
돌아가는 발걸음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았으나 정작 그 과정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배정된 방으로 돌아가 누우면,
어쩌면 오늘은 그 날의 꿈을 꿀지도 모르겠네요.
잘 자요, 코오요오 리에키.
창 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회색 구름으로 가득찬 하늘에서 울음찬 고동이 따갑게 내리칩니다.
이틀 남았습니다.
그가 사형대로 오르기까지요.
너무나도 길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네요.
코오요오 리에키:(이걸 가야 하나... 고민하다 몸을 움직입니다)
무언가 놓친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꽤 많은 것을요.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할까요?
중요한가요? 리에키.
어디까지가 진실이며, 어디까지가 거짓일까요?
설령 온전히 모든 것들이 전부 진실되었다 하더라도 당신은 그를 믿을 수 있나요?
코오요오 리에키:(... 믿지 않습니다. )
그래요, 이 무대 위에서 당신이 내려갈 곳은 없습니다.
언제나와 같은 철문 앞에서 간수가 물어옵니다.
간수:오늘은 구속 정도를 어떻게 조절하시겠습니까?
코오요오 리에키:... 재갈을 제외하고 다 해주세요.
간수:알겠습니다.
단답의 음성만을 남기고 간수는 철문을 엽니다.
니시오카는 여즉 그대로입니다.
아니, 조금은 수척해보이네요.
코오요오 리에키:(조용히 들어가 맞은편에 앉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고 구속목에 매여 있지만 굴복한 표정은 아닙니다.
여전히, 그렇습니다.
(To GM): 7
코오요오 리에키:(표정을 응시하다 다시 한번 입을 엽니다) ..죽어 마땅한 이유가, 있었나요?
니시오카 유우:네, 있었어요.
코오요오 리에키:(가증스런 태도에 미간을 구기면서도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침묵하고는,) 처리한 시체들은 어디에 두었나요?
니시오카 유우:(어제 그렇게 미친 것처럼 죄 속을 긁어내고 피를 토하고 웃어젖히던 것이 거짓말같은 모습이다.)
니시오카 유우:내가 정말 이번에도 세계멸망을 목표에 두었을까요?
코오요오 리에키:.... .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성격이면 날 엿 먹이고 싶어서라도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어 갈 것 같은데, 꼴에 소중한 건 있나 봐. (실소한다. 저런 것한테 사랑받다니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다. )
니시오카 유우:(조용히 고개 기울였다가 가벼이 헛웃곤 상체 바로한다.) 이거야 원... 좋은 일을 해도 믿어주질 않으니 어디 섭섭해서 살겠나요.
코오요오 리에키:언제부터 사람 죽이는 게 좋은 일로 치부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섭섭하다는 사람 꼴이 저게 맞는가? 입만 열면 거짓말과 헛소리뿐인데 당신을 믿으라고?)
니시오카 유우:그것도 사람 나름이죠. 내가 한 건 사실 당신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리에키 씨. 당신도 그동안 악하고 한심하고 쓰레기같은 사람을 보면 어떤 식으로든 응징해왔잖아요? 뭐, 그쪽은 죽이진 않았으니 나와 평생 같아질 일 없다고 말하겠지만.
코오요오 리에키:사람 나름이라… . (작게 중얼거린다. 그렇다면 결국 이 세상에 동등한 건 있나? 부와 권력, 사랑과 믿음. 모두 한 번도 가진 적 없는 것들. 누군가는 양손에 다 받치지 못해 분에 넘치는 것들을 타고나는데 다른 하나는 있던 것마저 빼앗겨 시린 겨울을 못 버티고 죽어나간다. 리에키는 다시 한번 생각했다. 생명의 무게는 정말 공평한가?)
니시오카 유우:흐윽, ... (순간적인 통증과 함께 뱉어낸 숨이 너절하게 토막난다. 지금 저 색 다른 양 눈 안에 비치는 것이 온전히 자신이 아님을 알았다.) 하하... ... 그래요, 이게 당신의 방식이라면. 끝내 폭력적인 방법을 택한다면... ... (그렇다면 나는 최선을 다해 희생자를 연기해주겠다. 니시오카는 웃었다. 눈물을 떨구면서 웃고, 고통스럽게 바르작대면서 울었다. 어느새 풀어헤쳐진 구속복과 꺾인 손, 반쯤 드러난 눈으로 끈질기게 시선을 맞추었다. 식은땀에 젖어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낯은 차라리 목 죄일 적보다 훨씬 인간다웠다.)
코오요오 리에키:… 죽이지만 않으면, 상관없지. 그래, 죽이지만 않으면. (혼잣말에 가까운 그것은 다짐이다. 세상을 멸망으로 이끌어 가지 않겠다는 다짐. 분노에 휘말려 지신도 파멸에 휘말리지 않을 거라는 약속. 죽은 영혼이 몇 번이고 소리친다. 죽여. 눈앞에 목을 쥐어뜯고 도망친 다리를 자르고 굶어 죽여. 동시에 마지막 남은 이성이 말한다. 죽이면 안 돼. 똑같아지지 마. 네가 지탱하는 생명의 무게를 생각해.)
코오요오 리에키:눈 하나 안 보여도, 당신의 가치는 여전할까요?
니시오카 유우:... ... (그 순간 기민한 머리는 네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챘다. 네가 말하는 내 가치란 무엇에 기반을 두고 세워진 것을 말함인지. 경이로운 지능을 말하는 거라면 눈 하나가 뽑힌 직후에는 쓰임에 약간의 장애가 있긴 하겠으나 곧 원래의 정도를 되찾을 테고, 정신을 뜻하는 거라면 이미 '그들'을 만난 직후 만신창이로 뜯겨져 원상복구되기란 요원할 것이며 육체적 쓰임을 말하는 것이라면 애초부터 쓸모가 없었는데.)
코오요오 리에키:내가 한번 경험해 봤는데, 고통은 그리 길지 않아요. (안구는 생각보다 단단하고, 또 말랑하다. 손가락이 파고들어도 자리가 넉넉해 손상되지 않고 그 뒷면은 달과 같다. 인간은 한평생 달의 뒷면을 보지 못한다고 하지. 이건 또 하나의 축복이야. 붉은 눈을 손 위에 굴리며 누군가 환희에 차 말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아, 나도 이제 그 축복을 볼 수 있구나.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다르게 냉정한 머리고 생각한다.) 그저 불편할 뿐이죠.
니시오카 유우:(비명과 신음을 필사적으로 속으로 삼키며 어금니가 부서져라 이를 악문다. 당연스런 수순으로 의도치 않았음에도 제 입에 욱여넣은 네 손가락을 절단낼 듯 깨물었다. 손가락이 제 눈구멍을 비집어들어와 동그란 형태 그대로 모아 쥐고, 이내 뜯어내는 그 순간이, 찰나가 차라리 영원과도 같았다. 공막에 붙어있는 질긴 신경섬유가 끊어지는 소리를 제 귀로 들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 과정동안 한번도 네 손목을 그러쥐지 않았다. 멈춰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았다. 신체가 경련하듯 잘게 떨림이 이어진다. 그것을 한참은 뒤늦게 자각했다. 뭍에 던져진 물고기마냥 숨을 한번 크게 헐떡였다. 탈력감이 이어졌다. 아주 길고 깊은, 탈력감이.)
코오요오 리에키:(계속 고민했다. 생명의 무게가 있다면 그 무게는 공평한가? 아무것도 가진 적 없는 우리도 평등한 게 있나? 하룻밤을 생각하며 밤을 새웠지만 우습게도 난 답을 알고 있다. 다 썩어가는 곰팡이 핀 딱딱한 빵, 구멍이 뚫리고 해진 옷과 방을 가득 채운 수척한 아이들. 불타는 고아원을 등지고 도망가는 자의 품에는 무엇이 있던가? 금화와 보석, 귀중품과 차 키, 그리고 돈. 그래 돈.)
니시오카 유우:(어째서 그토록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도 네가 그리 입에 달고 살던 인간과 인간 아닌 자의 차이이기 때문일까. 네 말대로 믿음은 비효율적이고 가치가 없다. 무엇에 대한 믿음이란 말인가? 제가 살인을 하지 않았음에 대한 믿음? 누군가를 지키고자 했음에 대한 믿음? 어느 쪽이든 공평한 셈이 되지 못했다. 네 질문에 꽤 오래 침묵한다.)
코오요오 리에키:(눈앞에 남자를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는가? 누구보다 질 좋은 옷을 입고 양질의 식사를 하고 최소한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 해도 그가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변하지 않는다. 선망, 욕심, 질투와 원망. 그리고 당신 같은 개자식은 되지 않겠다는 다짐. 모든 게 섞여 이내 헛웃음이 나온다. 아니면 애초에 태어나길 잘못 태어난 건가?)
코오요오 리에키:아직 하나 남았죠? 고통은 금방이에요.
니시오카 유우:(제 다리가 꺾이는 순간, 미처 삼키지 못한 비명이 날카롭게 허공을 찢었다. 다만 그 뿐이다. 네 팔을 순간 부러트릴 듯이 힘주어 움켜쥐었지만 결국 그조차 일반인의 범주 내였다. 마지막 남은 단편적인 이성으로 제 가감없는 표정을 드러내는 것만은 원치 않아 고개 돌린 채 팔로 제 눈가 가렸다.)
니시오카 유우:같잖은 말은 그만두고 빨리 끝내죠.
코오요오 리에키:(팔을 움켜쥔 부분에 힘이 실렸지만 고통은 미약하다.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방안을 채운다. 보통이면 진작에 기절했을 고통이다. 그러나 잠깐의 텀을 두고 웃음소리가 들려오자 그녀 또한 실소한다. 퇴마사란 참 좋아요. 질긴 목숨줄과 튼튼한 육체, 강한 정신력. 모든 건 축복이자 동시에 저주다.)
니시오카 유우:(익숙해진 것은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장본인 역시 마찬가지다. 직전과 같은 고통의 역치는 비교적 낮게 측정되기 마련이니까. 몸에 성한 곳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이. 그러니 네가 반대쪽 다리를 쥘 적에는 비명도 신음도 없었다. 그저 막힌 호흡을 토해내려는 듯 몸이 한번 크게 들썩일 뿐이다.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신체적 조건에, 그 빈 공간을 메우는 지나치게 뛰어난 정신력. 그것이 니시오카를 이루는 물질요소였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조차 어느 정도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니시오카 유우:... ...아직 할 일이 남았잖아요.
코오요오 리에키:글쎄요. 고작 세 번의 고통으로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우린 너무 다르지 않나요? (코오요오 리에키와 니시오카 유우는 양극단의 서있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뛰어난 정신력을 소유했지만 이제는 나약한 육신의 갇힌 니시오카 유우와 두뇌 에서는 한없이 떨어지지만 이를 보완하는 월등한 신체를 가진 코오요오 리에키. 태어나면서 가지고 온 것들도 이렇게나 다른데 성장 배경은 말할 필요도 없다.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고통은 짧고 인생의 역사는 한없이 길다.)
니시오카 유우:(아이에게 하듯 부드러운 속삭임에 문득 실소했다. 가르치려는 것일 수도 조롱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느 쪽이든 그저 우습기만 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코오요오 리에키가 하는 말이었으니까. 그러니까... 고작 네 주제에?)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당신이 생각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뭔데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는지 곧바로 CCTV를 바라본다. 그 난리를 쳤는데 안 오는 꼴을 보아하니 참 세상 재밌게 돌아간다.)
직접 영상을 요청하면,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간수가 다가와 CCTV 영상을 틀어줍니다.
그 와중에 난장판이 된 심문실 꼴이나, 니시오카의 상태에 대해서는 일절 묻지 않습니다.
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처럼... 혹은 그것까지는 허용되지 않은 프로그램처럼.
뭐, 착각이겠죠?
코오요오 리에키:(귀찮은 건 싫으니 무시하기로 한다)
빔 프로젝터에서 돌아가는 영상은 어두운 골목으로 시작됩니다.
골목 안쪽에서 어둠에 반쯤 가려진 형체가 천천히 걸어나와 전봇대에 등을 기댑니다.
영상은 조금 지직거리고 흐리나,
체형과 빛 바랜 금빛 머리칼, 얼굴형 등으로 보아 니시오카가 분명합니다.
그는 조금 못마땅한 기색으로 자신을 내려다보았다가, 고개를 듭니다.
곧 허공을 보며 대화라도 하듯, 무어라 몇 마디 말하고는 썩 편치 않은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자리를 뜹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대화하는 것은 퇴마사에게는 그닥 이상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그 대상이 니시오카 유우라는 것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영력을 잃은 그가 귀신 따위와 대화할 수 있을리가 없으니까요.
영상은 곧, 그것으로 끝납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제정신 아닌 건 원래부터 그랬으니 .... 드디어 미친 건가 라는 표정)
니시오카 유우:... (잠시 눈 감고 있다가 느릿하게 떠낸다.) 네, 그렇죠.
코오요오 리에키:이 새끼는 언제 다시 오는데요? 당신 사형일 날?
니시오카 유우:아마 지금도.
코오요오 리에키:(대충 고개 돌려 방안을 살펴봅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주변을 둘러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축축하고 음습한 곳에서라면 꼭 하나씩은 붙어있던 령 같은 것들도요.
코오요오 리에키:딱히 보이는 건 없는데요.
니시오카 유우:그런가요. 당신도 못 본다는 거죠... ... (네 말에 무언가 생각하듯 잠시 침묵한다.)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눈에는 보이고? 지금 어디 있는데요?
니시오카 유우:(천장의 어느 한 구석 눈짓한다.) 명확히 보이는 건 아니에요.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일종의 시선이 느껴질 뿐이지.
코오요오 리에키:저기라 이거지. (손에 들고 있던 서류철을 들어 니시오카가 눈짓한 곳에 세게 던집니다)
니시오카 유우:(무의식중에 시선 옮겼다가 짧게 실소했다.) 미물이 먼지덩어리 하나 던져봤자... 뭐 얼마나 겁을 먹겠어요.
코오요오 리에키:당신은 뭐 데리고 오는 것마다 재수가 없어요? 악령도 성격을 보나?
니시오카 유우:그런 말을 하면 화낼지도 모르는데. (...아닌가, 재밌어하려나.)
코오요오 리에키:화내던가. (뭐,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얼굴)
니시오카 유우:오늘이 5일째니까... 이틀 정도네요.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그날만 잘 해결하면,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나요?
니시오카 유우:(느릿하게 눈 깜박인다.)
코오요오 리에키:당연하죠?
니시오카 유우:하하... ... (실없이 웃었다가 어깨 가벼이 으쓱했다.)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진짜 쓸모 없네요.
니시오카 유우:(고개 끄덕인다.)
코오요오 리에키:죽으면 안 되니 오늘은 여기서 봐줄게요. 악령한테 감사하세요. 조금 더 살 수 있게 되었잖아요?
니시오카 유우:별로 악령에게 감사하고 싶진 않은데요. 그리고 애초에 악령이 아니라... ...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뭐, 신이라도 돼요?
니시오카 유우:악령이면 차라리 더 좋았겠죠. 그쪽같은 현직 퇴마사들이 이미 잡고도 남았을 테니... 내 차례까지 오지도 않았을 거잖아요.
코오요오 리에키:니시오카. 당신은 이상한 부분에서 위축되는 경향이 있네요.
한쪽 뿐인 새파란 시선이 당신의 동선을 따라 이어집니다.
다만 그 뿐, 들려오는 목소리는 없습니다.
당신이 심문실을 나오면, 간수가 니시오카에게로 다가갑니다.
내일의 심문에 지장이 없도록 대강 조치 정도는 취해두겠죠.
코오요오 리에키:(방에 가자마자 손부터 씻을 생각)
복도를 걸어오는 동안, 빗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피곤하네요. 몹시.
오늘은 드디어 심문 6일째 되는 날입니다.
지독하게 쏟아지던 비는 멎었습니다.
먹구름이 가득이네요.
아마 내일은 맑을 예정이라고 하던가요?
코오요오 리에키:(이것도 곧 끝이다. 다짐하며 문 앞에 섭니다)
사형수의 마지막 날 치고는 다른 이들이 좋아하진 않겠습니다.
문 앞에 서면, 간수가 늘 그렇듯이 같은 질문을 건넵니다.
간수:오늘의 구속 정도는 어떻게 조절하시겠습니까?
코오요오 리에키:(어차피 안 죽는 거 싸우기라도 편해야지)
간수:알겠습니다.
오늘은 제법 말이 많군요.
코오요오 리에키:... 예, 알겠습니다.
감회라도 새로운 걸까요.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신이 말한 대로 수갑만을 찬 니시오카가 앉아 있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내일을 해결할 생각에 벌써부터 눈앞이 아찔하다...)
늘 그렇듯이 테이블 위에는 서류철이 놓여 있습니다.
니시오카 유우:무슨 말을 하셨을까요.
코오요오 리에키:당신 내일 죽는데요.
니시오카 유우:(느릿하게 간수에게서 시선 옮긴다.)
그 말에 간수의 표정이 작게 일그러집니다.
니시오카 유우:(너를 향해 눈짓한다.) 오늘치 정보예요. 읽으셔야겠죠.
코오요오 리에키:재수 없으니 입 닥치고 있어요.
오늘치의 서류는 총 두 장입니다.
앞 장은 4일차에 전달받았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네요.
뒷 장을 넘겨볼까요?
코오요오 리에키:(뒷장을 확인합니다)
뒷 장에는 익숙한 이름들에 대한 첨언이 적혀 있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여전히 표정을 구긴 체로 서류를 읽습니다)
이 정도면 잡히면 어차피 사형 판결이었겠네요.
간수의 어제와는 사뭇 다른 반응도 조금쯤 이해가 될 것 같긴 합니다.
니시오카 유우:다행이죠, 무고한 이들이 아니라서.
코오요오 리에키:(서류철을 다 읽고 내려놓습니다.)
니시오카 유우:(고개 기울인 채 너를 바라본다.) 생각을 해봤어요.
코오요오 리에키:(으르렁거리며 니시오카를 노려봅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
코오요오 리에키:들으면 고칠 생각은 있고?
니시오카 유우:(일말의 열의를 잃은 듯 테이블에 놓인 펜을 쥐어 수갑에 묶인 손 안에서 굴려본다.) 리에키 씨. 표식을 남긴 건 내가 아니에요. 그렇다면... 희생자는 내가 골랐을까. (나른하게 뜨인 시선이 기묘한 충동을 담은 채로 줄곧 펜을 향한다.)
코오요오 리에키:(예상외의 결과긴 하다. 피해자라 생각했던 이들이 사실은 범죄자고, 죄목도 가볍지 않다. 누가 이를 예상이나 했는가. 무고한 시민을 학살한 범죄자 니시오카 유우의 살인이 정당화되는 순간이다.) 근데 그게 내가 당신을 싫어하는 이유랑 무슨 상관이죠?
코오요오 리에키:그러면서 반성하는 꼴을 연기로도 안 하고, 적어도 일반인이라는 명패에 몸담고 싶으면 쥐 죽은 듯 살라니까 그것도 싫다. 그럼 뭐 어쩌자는 건데요?!
코오요오 리에키:… 당신은 몇 번이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는데 그거 다 무시했잖아요.
코오요오 리에키:(아랫입술을 깨물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지독한 인간이다)
니시오카 유우:(제 이마 찌르는 손길에 시선 올린다. 멱살이 쥐여져 몸이 끌려가도 좀처럼 표정이 바뀌지 않았다. 일견 타당하게도 들리는 네 외침을 한 문장으로 일축한다. 아, 그러니까 사소한 것들을 모아 온갖 트집이란 트집은 다 잡을 정도로 그냥 내가 싫다, 이거로군.)
니시오카 유우:내 이득만 챙기고, 나의 소중한 이만 챙기고, 다른 인간들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에요, 지금 하기에 적당한 말도 아니에요. 결과적으로는.
코오요오 리에키:(말이 이어질수록 구겨진 표정이 더욱 험악해져 간다. 사람이 이렇게 끔찍할 수 있나? 살면서 원망할 인간은 많아도 내가 제일 혐오하는 인간은 변치 않을 거라 믿었다. 당신만은 일생을 받쳐서라도 저주할 거라고, 수많은 목숨을 발판 삼아 이어붙인 그 질긴 생명줄 어디까지 이어질지 두고 보자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인간이 싫다. 내가 시달리는 환청과 환각만큼 당신을 원망하고 증오한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제일 혐오하는 인간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니시오카 유우. 그라고 답할 것이다.)
코오요오 리에키:그럼 말이나 해보세요. 변명이나 들어봅시다.
니시오카 유우:(네가 나를 지독하게 혐오함은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니시오카 유우에게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한평생 가면을 쓰고 살아왔기에 본모습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리에키만이 유일한 것도 아니었다. 기실 저를 원망하고 싫어하는 이는 많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니시오카 역시 그를 혐오하느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그래요. 거기에 더해서, 나는 당신에게 갚아주어야 할 것도 있었죠.)
니시오카 유우:(미간 찡그렸다가, 힘겹게 말 잇는다.) ...구하려고 했거든요.
코오요오 리에키:(네가 싫다. 끔찍하고 혐오스러워 저주를 내뱉을 정도로 증오스럽다. 그러나 정작 니시오카 유우가 코오요오 리에키에게 위해를 가한 건 몇 없었다. 가볍지는 않으나 완전히 무거운 것도 아니었으며, 세상에 악한 사람이 어디 너 하나겠는가. 죽어도 싼 놈들이 천지에 널려 염라국은 이미 포화 상태다. 이승이 지옥으로 변했고, 그러니 우리가 아직 살아 숨 쉬는 것이다.) 당신이, (내가, 또 어쩌면 우리가.)
니시오카 유우:(제법 담담한 투로 네 비난을 전부 들었다. 제법 우스운 일이다. 객관적으로 본다면 제 죄는 그동안 네가 이 몸에 입힌 상해로 충분히 변제하고도 남을 정도인데. 어째서 너는 그토록 나를 불변하는 가해자로만 몰아가는지.) 내 이득을 위해서, 나와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그렇게 사는 게 그리도 나쁜가요? 진심으로, 죽어 마땅한 죄인가요?
코오요오 리에키:(코오요오 리에키에게는 소중한 사람이 없다. 낳아준 부모는 얼굴조차 모르며 함께 자란 아이들은 모두 불에 타 죽었다. 슬프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리 친하지도 않았으니까. 가끔씩 손을 내밀어 주는 이들은 금세 곁을 떠났고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 소중한 것이라면 돈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정말 소중할까? 돈은 도구일 뿐이지 목적이 될 수 없다. )
니시오카 유우:내가 죽인 열 다섯 인간들의 가족, 친지... 흔히 말하는 소중한 사람들은 모두 그를 외면하던데요. 오히려... 해방되었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코오요오 리에키:(이해할 수 없다. 이해하고 싶지 않다. 계속 그렇게 말해왔지만 이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 소중한 사람이 어떻게 가족뿐이겠어요?
코오요오 리에키:… 정말, 모르겠네요.
니시오카 유우:글쎄요... 모르겠네. 내 소중한 이는 가족 뿐이라.
간수가 다가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심문관님, 심문을 마치시겠습니까?
코오요오 리에키:(피곤하다. 지쳤다. 당신과 엮이고 나서 단 한 번도 좋게 끝난 적이 없지만 이렇게 지친 건 또 처음이다. 차라리 몸을 굴리는 게 더 편할 것이다. 가능하면 엮이고 싶지 않다. 이제 그만 손을 털고 싶었고,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어내고 싶었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종말이 코앞까지 다가왔으나 더 이상 이어나갈 마음이 들지 않았다.) … 네. 그만할게요.
당신을 뒤따르는 음성은 없습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의 목소리가, 얼굴이 긴 발자취처럼 남아 당신을 따라붙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지독하게 피로한 날입니다.
내일이면 모든 것이 결말을 맺겠죠.
코오요오 리에키:( .... . )
더는 생각을 이어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기계적으로 침대로 기어들어가 눈을 감습니다.
시간은 어김없이 흐릅니다.
어제 흐렸던 것이 무색하도록 화창한 날씨입니다.
창에 든 서광이 푸르스름한 기색을 띄고 내부를 혼탁케 만듭니다.
코오요오 리에키:(말없이 준비를 합니다. 혹시 모르니 자주 사용하는 손도끼도 치마 안 쪽에 숨깁니다)
당신은 긴 복도를 걷습니다.
볕이 든 탓에 복도등을 늘 비추던 빛은 꺼져 있네요.
제법 밝습니다.
지상 최악 살인마의 판결이 나기엔 너무도 희망찬 날씨네요.
언제나처럼 당신의 곁을 따르는 간수들은 고요합니다.
이전과 같지만, 오늘은 특히 더 그렇네요.
당신은 제법 큰 결정을 내려야 할 겁니다.
진실을 판별하고, 니시오카의 생명 존립을 결정하게 되겠죠.
그것이 심문관의 역할이니까요.
무거운가요, 리에키?
코오요오 리에키:.... . (주먹을 꽉 쥡니다.)
첫 날에 비하면 많이 달라진 마음가짐이네요.
코오요오 리에키,
코오요오 리에키:
그래요, 하지만.
어째서 당신일까요?
니시오카의 말대로, 당신은 심문관에 어울리지 않는데 말이에요.
여즉 답을 알 수 없는 물음입니다.
이윽고 당신은 무거운 쇠 문 앞에 섭니다.
간수는 여러 개의 열쇠로 몇 번씩이나 그 잠금쇠들을 엽니다.
안쪽으로 향할 수록 살인마에게 허락되지 않은 빛이 한 점씩 칠흑으로 물듭니다.
한
켠
의
어둠으로 보잘것 없어지고 나면,
수갑만을 찬 니시오카가 당신을 맞이합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 (자연스럽게 미간을 구기고는, 침묵을 고수합니다.)
니시오카 유우:(기이할 정도로 차분한 어조다.) 더 물을 것이 없다면, 시작할까요?
코오요오 리에키:.... (느리게 입을 움직입니다. ) ....한 가지.
니시오카 유우:나는 인간에 대해 명확히 정의내리지 못해요.
코오요오 리에키:... 헛소리 말고 대답이나 해요.
니시오카 유우:(잠시 눈 끔벅인다.) 네, 전부 진실이에요.
코오요오 리에키:... 그래요.
당신이 내딛는 걸음을 따라 점차 공간이 뒤섞입니다.
결정을 내렸다면, 이제 진실을 판별할 시간입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당신 앞의 니시오카 유우는, 15번의 살인을 감행했다 추정되는 지상 최악의 살인마입니다.
인류 모두가 그가 사형대로 오르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 . )
원성과 분노로 가득 찬 이 소리가 들리나요?
코오요오 리에키, 진실하십시오.
코오요오 리에키:.. 이상적인 최후긴 하네요.
판별하겠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입술을 깨뭅니다. 아물지 않은 상처가 터지고 이내 비린한 맛이 납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이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이를 악문다. 결국에는... ) 진짜 범인은 아니에요..... .
코오요오 리에키: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그리 행했다면 그렇다고 했을 겁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과시해서 그가 얻는 이득은 없습니다.
결정을 무를 수는 없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당신의 모든 발언을 확신합니까?
코오요오 리에키:.... 저는,
코오요오 리에키:확신합니다.
당신의 말이 끝난 순간,
주변에는 어느새 드높은 처형장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코오요오 리에키:... 그 누구보다도, 저이기에 가장 수긍하고 싶은 말입니다.
그 순간, 어두컴컴한 심문장 안에 일순 눈을 찌를 듯 밝은 빛이 터져나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세상이 멸망하면, 전부 당신 탓이에요.
온 천지를 울리듯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어디에서 들리는 음성인가요?
원성으로 드높았다던 웅성거림이 멀어집니다.
이명이 울리고, 머리가 어지럽습니다.
속이 메슥거리고 시야가 부옇게 흐려지는 게 느껴집니다.
깜박,
코오요오 리에키:,,, 난, 난 당신이 정말,
눈을 한번 끔벅이면, 잿빛 계단이 하늘에 닿을 듯 드높이 펼쳐진 것이 보입니다.
주위에는 끝모르게 펼쳐진 군중들이 야유를 내지르고 있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 .
목청이 터지도록 내지르는 그들의 눈에는 광기가 서려 있습니다.
흡사 제단 같은 교수대의 계단 앞에 선 니시오카는,
그의 눈은 여전히 하나였지만, 당신이 부러트린 다리는 거짓말처럼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어떤 흠도 남지 않은 모습으로요.
코오요오 리에키:... (입을 다문 채, 바라봅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에게 주어진 역할을 이어가는 데 지장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겠죠.
니시오카 유우는 변덕 한 번으로 돌려받은 두 다리를 이끌고 처형장의 계단을 오릅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끝까지 올라, 저 먼 곳에서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그래요, 이 때쯤이면 사형수의 마지막 말을 남기기에 딱 좋은 타이밍이겠죠.
그와 당신의 거리는 까마득하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표정이, 음성이 지척에 있는 듯 가깝습니다.
코오요오 리에키:(입 닥치고 빨리 끝내라는 표정)
니시오카 유우:리에키 씨.
코오요오 리에키:.................... 개자식이.
니시오카 유우:(그 말이 들리기라도 한 것처럼 웃었다.) 내가 죽든 죽지 않든 세상은 똑같이 평안하고 안온한 상태로 돌아갈 거예요. 애초에 그걸 조건으로 제시한 거래였거든.
코오요오 리에키:...... . (이를 악뭅니다. 꽉 쥔 주먹이 떨려왔고, 눈앞이 붉게 물듭니다.)
니시오카 유우:(꽤나 만족스러운 낯이다.) 나는 결국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노력이야 조금 해볼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니시오카 유우는 하나뿐인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며 여상한 낯을 하곤 상냥히 웃습니다.
니시오카 유우:코오요오 리에키 씨. 부디, 몸 조심하시길.
코오요오 리에키:(분노로 몸이 떨려오면서도,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무얼 기대한 걸까요? 어쩌면 이미 짐작한 결말일지도 모릅니다. 나는 당신을 믿지 않습니다. 당신이기에 믿을 수 없습니다. 내가 믿은 건 - )
코오요오 리에키:(스스로 안구를 뽑아 땅에 내던집니다. 세상이 어두워지고 암흑이 찾아옵니다. 비명 대신 크게 웃음을 내뱉습니다.)
완전히 암흑이 들어차기 직전, 얼핏 놀란 듯한 표정의 니시오카가 스쳤던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애석하게도.
미물의 사소한 발버둥은 드높은 신께 가닿지 못하는 법입니다.
당신이 더는 세상을 보지 못하더라도,
세상은 이어지고, 결말은 이어집니다.
오직 당신만을 두고.
두루마리가 펼쳐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
코오요오 리에키:...............하..........하하.
마지막 판결을 하겠다.
그 이상한 일주일이 지난 뒤로 니시오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지만, 당신은 그가 죽지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막 의식을 차렸을 때, 그 곳에서 잃은 당신의 눈도 원래의 자리에 돌아와 있었습니다.
어쩌면 신의 변덕, 혹은 자비였을지도 모르죠.
당신이 베풀었던 자비로 인한.
당신은 빚을 변제했습니다.
니시오카 유우가 찾아오기 전에, 그에게 내어주지 않기 위해 한발 앞서서.
이 정도면 그의 거짓말에 성심껏 보답해주었다고 볼 수 있겠죠.
자, 언제나처럼 살아갑시다.
늘 당신을 홀로 두 발 딛고 서게 만드는 세상을 향해.
니시오카 유우, 생환
코오요오 리에키, 생환
기준치: | 55/27/11 |
굴림: | 4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더 큰 사고로 이어지면 큰일이니... (끝까지 고생시키네)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이를 유지하시는 것을 권장하나, 심문하는데 불편함이 따른다면 제거하셔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구속복의 경우 풀어도 반드시 수갑을 차야 합니다.
니시오카 유우의 신상 명세서와 기본 정보를 준비해 두었으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사가 진척되는 대로 심문 진행 전에 내용을 전달해드릴테니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국에는 그 꼴이고, 잘 어울리네요. 그러게 내가 얌전히 살라고 했건만... (쯧)
나불거리는 입을 다무니 얼마나 좋아요? 적어도 죽기 전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
입으로 지은 죄면 그 혓바닥에 말뚝을 막는다고 했던가? 당신은 얼마나 많이 박힐지 궁금하기는 하네요.
(그래도 할 건 해야지.... 어휴)
(고민하다가 재갈하고 안대 풀어줍니다)(아깝다 진짜)
근데 당신이 무슨 짓을 할 줄 알고 방치해요? 그쪽 죽는 거 확인하러 왔어요.
다시 재갈 물리기 전에 물어보는 거나 잘 대답해요.
마음 같아서 이미 그 못 잘랐으니까. 일찍 죽기 싫으면 협조나 잘하세요.
그래서... 당신도 믿어요?
믿어? 언제 내 믿음이 중요했다고.
이봐요 니시오카. 믿음은 중요하지 않아요. 잘 알잖아요?
난 그저 궁금할 뿐이에요. 언제나 짜증 날 정도로 완벽한 당신이 마지막에 왜 그렇게 허술했는지. 하나를 놓쳐서 더 튼 사고가 일어나면 안 되니까.
그게 당신이 일주일 뒤에 죽는다는 사실에 어떠한 영향을 주지 않을 거라는 거라는 걸 미리 고지할게요.
당신도 내 얼굴 안 봐서 좋잖아요? 우리 마지막으로 딱 일주일만 봅시다.
(제가 울고불고 난리칠 거라 기대한 것도 아니겠지만 사형을 앞둔 사람치곤 지나치게 침착하다.)
그래요, 심문관이라시니 질문이나 해 보시죠.
신체적 고문이 아닌 이상 그건 내 특기가 아니라서, 가이드나 따라가죠. 당신 신상이나 말해봐요.
니시오카 유우, 27세, 교토 출생⋯ 어차피 다 아는 내용 아닌가요? 첫 질문부터 비효율의 극치를 달리네.
그럼 다시 물을 게요. 왜 살인을 저질렀어요?
(그동안의 네 행실로 보아 굳이 세 번까지 얌전히 묻진 않으려나 싶었지만 영 의욕이 없다.) 노코멘트 하겠다고 하면 넘어갈 건가요?
이봐요 니시오카. 내가 당신 죽어가는 꼴이나 구경하려고 여기 온 것 같아요?
당신을 바로 죽이면 그만인데 시간 아깝게 내가 뭐하러? 당신에게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없어요.
그래 뭐. 지금까지 봐온 당신 지갑을 봐서라도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왜 그랬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니시오카에게 다가가 주먹 쥔 손을 높게 들어 그대로 그의 뺨을 내려칩니다)
세 번이나 넘게 봐줬어요. 이 정도면 우리가 그동안 쌓아온 인연 값은 한 거 아닌가요?
당신이 하나 잊은 게 있어서 친절히 알려주는데, 당신 이제 민간인 아니에요. 범죄자 하나 죽여도 나한테 손해인 건 없고. 시간 낭비하지 맙시다.
나도 그동안의 정으로 말해주는 건데요. 내가 갑자기 피에 미친 쾌락살인마로 돌변해서 사람을 죽이고 다녔다면 그 대답은 마음에 들까요? 적어도 잘 만든 거짓말보단 알아차리긴 쉽잖아. 말 못 한다니까.
(다시 한번 손을 들어 다시 뺨을 내려친다.) 여전히 말귀를 못 알아먹으시니... .
뭐. 그래요.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어요. 보고서에는 당신 성적 취향의 문제라 적어둘게요.
시간은 금이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살인을 저지른 것을 후회하세요?
당신 성적 취향과 심미안이나 고치고 말하세요.
대답이나 해요. 시간 없어요.
알면서 뭘 물어.
(하긴 뭐 그러겠지.) 마지막으로 살인을 당신이 했다는 것을 인정하나요?
(입술 움직일 때마다 아릿하게 딸려오는 통증에 미간 찌푸린다.) 그 질문, 내가 대답한다고 해서 믿을 수 있긴 해요?
내가 당신을 왜 믿어요? 니시오카 유우, 당신이니까 더욱 믿지 않죠.
단지 너무 허술하잖아요. 당신이란 인간이 그렇게 허술할 리는 없고. 허무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것조차 당신답지 않아요.
또 무슨 일을 꾸미는 건가요?
그러니까, 당신 안의 나는 이런 꼴로 묶여있어도 무언가 부차적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거죠? 고평가해줘서 정말 고맙군요.
검은 뱀하고 손도 잡는 인간인데 뭔들 못하겠어요? 억울하면 그동안 처신이나 똑바로 잘하지 그러셨어요.
내가 몇 번이나 말했잖아요. 입 다물고 숨죽여 살라고. (생각해 보니 화나네. 다시 한번 니시오카의 머리통을 갈깁니다.)
그래요, 내가 죽였어요. 됐나요?
(피하지 못하게 단단하게 멱살을 틀어잡고는) 아직 시간 남았으니 평소처럼 이야기나 하죠.
(몇 번이고 주먹으로 니시오카의 얼굴을, 어깨와 뺨을 때립니다)
살아있잖아요. 그렇죠, 니시오카? (금색 머리카락을 손으로 거칠게 들어 올립니다)
언제나 하는 대화를 했을 뿐인데, 억울하네요.
(고민하다 수갑만 채우기로 합니다)
그 인간을 때리는 저지도 안 받고 돈도 나와? (좋은 직장...)
열심히 하겠습니다.
오늘치 수사 내용은 내부 서류에 함께 끼워드렸으니 확인하시면 됩니다.
(기분 좋게 들어갑니다~ 돈이다!)
⋯아, 시체.
(기억 되짚어보는 듯 잠시간 말이 없다.)
(서류를 읽고는 뱀이라는 단어에 인상을 찌푸린다) 당신 설마 또 뱀하고 손잡았어요? (취향 진짜 독특하다)
그건 아니에요. 이미 실패한 걸 반복할 이유가 없으니까⋯. (고개 조금 기운 채 중얼거린다.)
(진짜 고장 났나? 서류철로 니시오카의 머리를 툭 밀어봅니다)
(얼굴을 찌푸리며 니시오카의 어깨를 강하게 주먹으로 때립니다)
이봐요, 정신 차려요. 그래야 내가 일을 끝내고 남은 시간에 돈을 벌죠.
⋯말해요.
듣고 있으니까.
그런 당신이 아닌 무언가가 시체를 치웠다는 말인가요?
그랬었죠⋯.
.... 묻고 싶은 게 더 있지만. 일단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죠.
전에 죽었던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나요? 기억한다면 이름이나 인상착의, 기억나는 대로 내뱉어 봐요.
별로⋯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던 인간들이 아니라.
(이 자식이?)
일단 당신이 짐승만도 못한 새끼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네요, 한결같으셔라.
그들을 어떻게 은폐했나요. 단 한 번도 흔적을 남기지 않은 방법은 또 뭐고요?
(잠시 말 끝 늘인다. 무언가 꺼림칙한 듯, 혹은 망설이는 듯 간격이 제법 길다.)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들이라고 했으니까.
나는 그저 실행했을 뿐이에요.
그런 걸 물어봤자⋯ 모르니까, 대답할 수도 없는데.
그 기준이 뭔지 궁금하네요. 당신 기준이 아니면 누군데요? 사람이긴 한가요?
당신은 뒤에서 누군가를 조종하는 쪽이지 위험까지 감수하고 그 말에 쉽게 따를 인간은 아닐 텐데... 진짜 정신이 나갔나.
(자각도 못한 채 네 말에 잠시 대답 없다가, 제 팔 손톱 끝으로 긁는다. 잘 관리한 뭉툭한 손톱이라 피가 나진 않았지만 자국이 그대로 남는다. 무엇보다 니시오카 유우 답지 않은.)
이번엔 나도 지킬 사람이 있었거든.
(시선을 따라 자신도 구석을 바라본다.) 지킬 사람이 있다니 의외네요. 가족?
(대답을 듣지도 않고는 바로 마저 말을 이었다.) 그럼 왜 난 안 죽였어요? 당신 기준에서는 내가 제일 가치 없을 텐데. 제일 먼저 죽일 줄 알았는데.
(물론 그냥 당하고만 있지도 않을 거지만)
못 죽일 건 없었지만⋯ 당신은 그 객관적인 기준에 맞지 않아서.
좋은 사람이잖아요, 코오요오 리에키 씨는.
(토하는 시늉하고는) 당신 정말 미쳤군요. 제정신 아니야 이거.
뭐,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가전 기기처럼 때리면 고쳐지나?
(그래도 한마디 들었으니 보이는 부분은 피하자고 싶어 발을 들어 그대로 니시오카의 명치를 찹니다)
언제 우리가 그런 사이라고... 이봐요 미칠 거면 곱게 미쳐요. 기분 나쁘게.
(몇 번 기침을 토해내며 간신히 상체 일으킨다. 눈가가 조금 붉어져 있었다.)
⋯⋯
그럼, 죽이길 바랐어요?
(싸늘한 시선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는) .... 당신 니시오카가 맞기는 해요?
왜 이제 좋아한다고 말해보지 그래요?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 죽어서도 없는 거,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그래, 죽일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어.
그때 내게 중요한 건 그쪽을 죽이는 것 따위가 아니었으니까⋯
(비틀대며 일어나 의자 등받이 짚는다. 욱신대는 명치께를 손으로 짚으며 새파랗게 타오르는 듯한 시선을 네게 향한다.)
죽이는 것보다 살리는 게 중요하다며.
(새파란 두 눈을 마주 본다. 자연스럽게 구겨진 미간이 기분이 영 좋지 않다는 걸 보여준다.) 허, (어처구니없는 말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말을 당신 입으로 들을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검지로 꾹 누른다.) 이봐요.
그럼 진작에 그렇게 살았어야지. 쥐도 새도 모르게 입 닥치고 살라고 입이 닳도록 말했는데 지금 무슨 자격으로 그딴 말을 해?
당신 소중한 게 위험해지니 이제 정신이 들어? 이기적인 새끼... 사람이 아니길 포기했으면 계속 그렇게 행동해요. 이제 와서 착한 척하지 말고. (꼴도 보기 싫다는 듯 손바닥으로 이마를 뒤로 밀고는 다시 거리를 벌린다)
(숨 가다듬고는) 다음 질문이나 대답해요. 당신이 저질렀던 곳에 남기는 흔적은 뭔가요?
(네가 오기 더 직전부터 이미 바닥난 체력으로는 더 서있는 것도 무리라 쓰러지듯 의자에 앉는다.)
(지친 듯 눈 감는다.) 뭐겠어요, 내가 죽였다는 그런⋯
... 당신의 의도가 있든 없든, 설령 협박을 받아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해도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계속 그렇게 나와 보세요. 당신이 6일 후 죽을 거라는 사실은 변함없을 테니까.
그러니까, 그쪽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코오요오 리에키.
(높게 든 주먹이 니시오카의 머리를 끝내 내려친다)
그걸, 할 수 있었으면, 내가⋯⋯
설명을 못하면 다른 거라도 시도해야지. 그 잘난 자존심에 도움은 또 요청 못 하지? 그러니까 당신이 싫다는 거야.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높은 새끼...!
평생 그렇게 살다가 죽어요 그냥! (끝까지 노려보다 방을 나섭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제정신이 아니더군요, 단단히 미쳤어요.
뭐, 그래도 달라지는 게 있겠어요? 그 인간 죽는 건 변하지 않을 텐데.
(명확한 판단이라는 말에 더욱 얼굴이 구겨진다. 자신이 정에 휘둘릴 사람으로 보이나? 그러나 굳이 말할 필요는 없기에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어처구니 없는 말에 바로 니시오카를 바라봅니다)
어제는 헛소리, 오늘은 기억상실인가요? 헛소리말고 좀 정상적인 걸로 가져와 봐요.
(제 모습 내려다본다.) 리에키 씨가 드디어 미쳐서 멀쩡히 사는 사람을 이 꼴로 만들어둔 줄 알았는데, 아닌가봐요?
이봐요. 정말 기억 안 나요?
미친 건 당신이겠죠.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다고 정신도 놓다니... 참.
죽을 날도 벌써 세두고, 부지런하기도 하셔라.
(인상 팍 쓰고는) 그래요. 제정신 아닌데다가 기억력도 없고 게으른 당신 덕에 지금 개고생 중이니까 질문에 답이나 해 봐요.
당신 살인을 저질렀나요?
살인미수도 포함인가요?
그게 아니라면 없는데.
명확한 이유 없는 심력 소비따윈 하지 않아요.
(한숨 푹 쉬고는) 진짜 기억 없어요? 아니면 없는 척하는 건가요?
(이 인간 좀 이상한데 눈. 서로를 이상하게 보고 있음...)
(머리 헝클이고는) 연기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그럼 가장 떠오르는 최근 기억이나 말해봐요.
(내가 이상한 거야??? 때릴까 하다가 어제보다 말은 통하니 넘어가 주기로 함)
(말도 별로 안 통하는 듯?)
당신 살인죄로 잡혀왔어요! 5일 뒤 사형이고 이것도 기억 안 나요?!
뱀 대가리에 먹혔다가 뱀 모양을 그리더니 진짜 미쳤나! 정신이나 차려요!
살인죄는 둘째치고⋯ 잡혔다고요? 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리고 이제 저 뱀 싫어해요.
싫어하면 왜 그렇게 뱀만 주야장천 그려두는 데요?
마지막이 너무 허술해서 잡혔어요. 당신 죽기 딱 4일 전이고. 그것 때문에 내가 심문하러 왔어요. 됐어요?
당신 때문에 금 같은 시간 낭비한 거 어떻게 책임질 거예요?!(성질!)
심문관으로 당신이 온 건 둘째치고.
뱀을 그려둔다는 건 또 뭔데요, 차근히 설명이나 해주지 그래요.
(아오! 진짜!) 여기서 뭘 더 설명해요? 당신 미친 거? 자꾸 헛소리하는 거? 당신 원래 제정신 아닌 거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그냥 미쳐버린 거?
왜, 미쳐서 나보고 좋은 사람이라고 한 것까지 기억 안 난다고 하지! (다시 떠올려도 속이 안 좋은지 헛구역질을 하고는)
아... (...) 다시 생각해도 속 안 좋아.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쪽을? 하. (픽 웃는다.)
리에키 씨가 갑자기 홱 돌아서 날 납치하고 머릿속으로 꾸며낸 상황 설정을 들려주는 중이라는 게 더 신빙성 있겠네요.
당신 지금 일반인 아니고 범죄자 신분이에요. 그것도 기억 안 나죠? 그럼 다시 알려줄게요.
내가 당신을 봐줄 이유가 없다는 말이에요! (단단히 목을 고정하고 주먹으로 뺨을 손바닥으로 내려칩니다)
상황이 이해가 안 되면 그 잘난 머리나 굴려요! 지금이 제정신인지, 아니면 진짜 미친 건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사고 친 거는 확실하니까!
(말은 그렇게 해도 뒤쪽의 간수 복장이 공식 제복인 것과 사람을 이렇게 후려패도 말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거⋯ 아무래도 내가 살인을 저질렀다가 잡혀왔다는 저 헛소리가 맞나본데. 까지 생각이 이어진다.)
일단, 그래요. 내가 했다 치고, 그럼 나는 왜 기억이 없지?
어제 뭔가 했나요?
하, 그래요. 니시오카 어린이(우웩!) 자신이 몇 살인지는 기억나죠?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알았으면 이러고 있겠어요? (짜증!)
당신 스스로 미쳐서 헛소리만 잔뜩 했어요. 대충 누군가 내세운 기준에 맞춰서 살인을 한 것 같은데. 짐작 가는 거 없어요?
(그러다 의심스럽다는 시선으로 널 본다.) 이젠 일반인 아니고 범죄자라고 아예 수틀리면 죽일 심산으로 신나게 주먹 날리다가 제 기억 싸그리 날려버린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내가 왜 남이 세운 기준에 따라 살인을 저질러야 하는데요? 뭐 인질이라도 잡혔나? (친구도 없는 인간관계라 그닥 생각은 안 나는데.)
*머리
진짜 그렇게 되고 싶으면 지금부터 그래 줄게요! 그게 꿈이면 일찍 말하지 그랬어요?!
나한테 지킬 게 있다고 했잖아요! 그것도 잊었어요? 그게 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하,,, 그나마 말이 통한다 했더니 더 안 통하다니... (머리부여잡기) 당신 진짜 쓸모 없어요!
(뜻밖의 일의 연속에 슬슬 끊어지려는 이성줄 붙잡으며 짧게 심호흡한다. 진정하자⋯ 누명이든 진짜든 어쨌든 살인죄로 끌려들어왔는데 보석금으로 입막음도 안 통했다는 뜻이고, 그 상황이라면 어쨌거나 이 망할 이유를 밝혀줄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인간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그보다 어머니는 무사하신건가, 그럼. 등등의 생각이 몇 초 새에 스쳐지나간다.)기억이 없는데 말이 통하길 기대하다니 그쪽도 참⋯
당신은 뭐 없어요? 심문관이라면서. 들어오면서 받은 게 있을 거 아냐.
질문지를 받아 사용해도 헛소리만 내뱉고 정신은 오락가락하고 이제는 기억상실까지.
어디까지 하나 봅시다. 피해자와 유가족분들께 죄책감은 있어요? (그러면서 영 안 믿는 눈치입니다)
내가 죽인 피해자도 유가족도 기억나지 않는 상태에서 그런 질문이 의미가 없다는 걸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할까요? 리에키 씨.
묻고 싶은 게 있다면 내 기억을 돌려놓는 것부터 협조하세요.
협조는 무슨! 정신이나 똑바로 차리고 나불거려요! 기억나지 않는다고 그 모든 게 다 거짓이 되나요? 죽은 사람이 돌아와요? 니시오카. 인정할게요. 난 공정하지 않아요.
내가 당신에게 협조할 수 있는 건 유족들을 위해 당신 목을 잘라서 선물 박스에 넣어 전달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 질문에 대답이나 해요. 당신은 자신이 무고하다고 생각하나요?
내가 기억하기로 그 누구도 죽인 적 없는데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걸까요?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기억나지 않는 일에 대해 사죄하며 받아낸 억지 자백 같은 것?
기준치: | 55/27/11 |
굴림: | 63 |
판정결과: | 실패 |
당신이 인간 말종이란 사실만 더 명확해졌네요. 시간 낭비만 했어. (중얼거리며 니시오카의 머리채를 잡고 들어 올립니다. 간수에게 받은 진정제가 담긴 주사를 니시오카 팔에 거칠게 놓습니다)
당신은 그냥 그대로 사형대에 올라가세요. 무고한 건 염라 앞에서 한탄하시고요.
아직도 분이 안 풀렸다니 그 성질이 참 오래 간단 말이죠.
재수 없는 새끼. 그래도 옛정이 있으니 당신 죽는 날 케이크라도 사다 줄게요. 무슨 맛이 좋나요?
그리고 날 지금 당장 죽이면 꽤 여러 일이 일어날 걸. 당신에게도 썩 즐겁진 않을 거예요.
(케이크 헛소리는 가볍게 무시한다!)
정말 치매라도 걸렸나 본데. 난 당신을 죽일 수만 있다면 기꺼이 염라의 심판대에 몸을 던질 거예요.
그래도 죽은 모습은 유가족에게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니까. 그러니 니시오카. 이승에서 보내는 남은 시간 잘 즐기고 가세요. (그대로 머리채를 부여잡고 땅에 처박습니다.)
...유가족은 피해자들이 죽어서 두번 다시 볼 일 없다는 것에 나보다도 더 기뻐하고 있을 테니 괜한 염려는 그만 하시고요.
그래서 이젠 만족하셨는지? 코오요오 리에키 심문관 님.
당신이 지금 죽으면 그나마 만족스러울 것 같은데, 그게 어렵다니, 아쉽네요.
죽기 직전까지 영원 고귀하세요. (기분 나쁘다는 듯 그대로 머리채 내팽개치고 혼자 일어나 의자에 앉습니다. ) 마지막 할말은, 없죠?
머리채 잡고 끌려가고 싶으면 그대로 있던가! (그대로 발을 올려 복부를 노립니다)
... 미친 새끼.
... 하. 무슨 시가 낭비람. (작게 한탄하고는.) 이봐요, 정신 있죠? 아무 말이나 해봐요.
갑자기 실종자들 이름 말한 건 뭔가요? 이제 좀 협조할 생각이 들어요?
기억 있으면 당시 상황이나 설명해 보세요. (영 귀찮다는 태도다)
(고개 기울였다가, 네 질문에 답하려는 듯 입 열었다가, 그리고는 묵음이다.)
(몇 마디 내려는 듯 입술 달싹였지만 소리는 새어나오지 않는다. 잠시 생각하듯 미동 없다가 헛웃는다.) 그래요, 이건 꽤...
곤란하네.
... 하. (한숨 푹 내쉬고는) 뭐가 곤란한데요? 곧 죽는 거? 아니면 또 악령과 손이라도 잡았나요? 아니면 협박?
무슨 변명일지 들어나 봅시다. 또 뭔데요?
대강, 이런 식인데.
알아듣겠어요?
(신뢰는 안 가지만...일단은 들어나 보자) 그거랑 남긴 흔적하고 관련있어요?
제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럼 네, 아니오라고 대답이라도 해요.
그거, 당신 목숨만 걸려있어요? 아니면 더 많은 게 걸려있나요?
아뇨, (부러 잠시간의 시간차를 뒀다가,) 네.
하... ( 아, 짜증나. ) 얼마나 걸려있는데요? 무고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나요?
(정답을 알 것 같지만, 올라가는 입꼬리에 책상을 크게 내려친다.) 웃지 말고 대답이나 해요.
당신이 죽어서 무고한 시민 한 명이라도 위험해지면 내가 당신 가만히 안 둘 거예요! 그러니 확신 못하겠는 건 모르겠다고 대답해요! 당신 죽으면세상이 위험해지나요?
(다만 모르는 것은 답할 수 없었으므로 침묵한다.)
그럼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있어요?
(마음 같아서는 때리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 당장이라도 내려칠 것 같은 주먹을 더욱 꽉 쥐며 물었다.)
하.. . (깊은 한숨을 내뱉고는) 그 방법, 당신을 살려주는 건가요?
(설마, 라는 얼굴.)
네.
웃어? 지금 웃음이 나와? 못 죽인다 했지 내가 널 못 때릴 것 같아? 미친놈이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세상을 멸망 시키려고 해?!
(그대로 니시오카에게 달려들어 같이 땅바닥을 구른다. 멱살을 잡고 못 움직이게 단단히 고정하고는 주먹으로 그 잘난 얼굴을 세게 때렸다.)
죽을 거면 혼자 곱게 뒤져야지...! ( ... ) 너, 너. 오늘 지금까지 답한 것 중 거짓말이 하나라도 있어?
이번에 멸망시키는, 건, 내가 아니에요. 내가 아니라고, (못 견디겠다는 듯 키득인다.) ... ...
아, 리에키... ... (숨이 목전에 걸려 헐떡이는 호흡으로 말 끝 늘인다.) 내가 구했다면, 어떡할 건데?
구해? (구한다고? 누가? ) 네가?
... 내가. 내가 세상에서 제일 끔찍하다고 여긴 새끼가 있는데.
(눈앞이 붉어진다. 찢어 죽이다 못해 살가죽을 벗겨 보는 앞에서 불태워야 했다. 시체라도 찾아서 무덤 앞에서 뼈를 하나씩 부러트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때 그렇게 멈춰 서는 안된다. 그러지 않은 이유는 오직 단 하나였다. 죽어버린 그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은 인간으로 죽어야 한다,)
내가 그 새끼보다 더 추악한 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축하해요 니시오카. 당신은 내가 본 인간 중 가장 끔찍한 새끼에요.
(사람도 아닌 새끼를 어디까지 봐줘야 하지? 헐떡이는 목을 부여잡는다. 숨만 쉬면 살아있는 거 아닌가?)
(숨통이 틀어막히며 짓눌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니시오카는 목전에 다가온 죽음 앞에 추하게 굴지 않았다. 생존본능이라는 게 없는 인간처럼, 구태여 고개를 젖혀 산소를 들이쉬려는 노력조차 않았다. 꼭 인간조차 아닌 것마냥.) ...내가 무엇을, 하든 끔찍하게 생각하고만 싶다면... ... 그래, 그러던가.
죽여, 코오요오 리에키.
쓰레기 새끼가.... ! (손등에 핏줄이 튀어나온다. 손을 놓으려고 해도 쉽게 제어가 되지 않는다. 세상을 위해 몇 번이고 멸망을 가져오는 존재를 살려둬야 하나? 이것이 내가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는데? 이대로 죽이면, 죽인다면. 나는.)
.... .
… 니시오카 유우. 당신은 정말 편협하고 어리석은 인간이에요
(그러나 리에키는 손을 놓았다. 코오요오 리에키.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끔찍해 그 혀를 뽑아 버리고 싶으면서도 그녀는 손을 놓고 니시오카 유우를 노려보았다. 단 한 명의 사적 감정과 수 억 명의 목숨.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단 하나였다. 추악한 인간의 파멸을 위해 자신 또한 인간임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제 목숨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잊지 마. 몇 번이고 다짐하고 맹세한 기억이 제 발을 붙잡는다. )
.... 난 당신 같은 추악한 인간이 아니라서요.
세상의 멸망과 당신이 남긴 흔적과 관계가 있나요?
(느리게 눈 감았다가 떴다. 그러고는 여상하게 웃는 낯으로 몸 일으켰다. 소란통에 안대는 이미 저만치 나뒹굴고 있어 이번에는 시선이 바투 마주친다.) 리에키 씨, 당신은 나를 제법 고심하게 만드네요.
네, 있어요.
...내가 남긴 건 아니지만. (느슨해진 구속복 벨트 사이로 팔을 빼내어 소매로 입가를 막았다. 재차 피가 흐른다.)
... 왜 피해자를 타깃으로 골랐나요? (마주치는 시선에 표정을 구기며 손을 푼다. 대신 제 무릎을 세게 잡는다. 짧게 다듬어진 손톱이 살을 파고들고, 이내 시야가 차분해진다.)
(제법 상냥한 음성으로 덧붙인다.) 내가 죽으면 곤란하잖아요, 그렇죠?
(말없이 몸을 일으켜 방을 나온다. 세게 닫힌 문이 큰 소음을 내든 리에키는 빠른 걸음으로 방에서 멀어졌다.)
( 생명에도 무게가 있다면, 정말 다 공평할까요? )
(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몇 번이고 세상에 멸망을 가져오는 존재를 살려두는 이유도,)
(그거 하나조차 막지 못하는 자신도, 그리 이해할 수 없네요.)
( 신이 있다면 묻고 싶습니다. 정말 생명이 동등하나요?)
(그 새끼를 내가?)
(믿는 건 오직 나 자신 뿐이죠.)
(그 개자식이 아닌 나의 선택을 믿습니다.)
(몸을 움직여 그 방으로 향합니다. 가기 싫어도 할 건 해야죠. 설령 모든 게 거짓이라 해도. 언제 나에게 선택지가 있었나요?)
.... . (계속 입을 다물고는, ) .. 왜 피해자를 타깃으로 골랐나요?
지금은 말할 수 없지만. (등받이에 등을 기댄 채 꽤나 순순한 태도로 답한다.)
나중에 다시 들어주겠어요? (양순한 태도로 고개 기울인다.)
잘 모르겠네요, 시체 처리까진 내가 한 게 아니라서.
(왜소하게 구겨져있던 상체 조금 네게 가까이 한다.) 코오요오 씨.
나를 믿어주지 않을래요?
내 됨됨이가 못 미덥다면 그동안 파악한 내 성격을 믿어요.
지킬 사람이 있다는 말, 기억하고 있잖아요.
( 대답이 돌아왔지만 어떠한 반응도 없었다. 리에키는 그저 상대를 바라보았다. 가까이 다가오는 상체가 소름 끼쳐 토악질이 올라오면서도 묵묵히 그를 찢어 죽일 듯 노려 보았다.)
믿어?
(믿음이 뭐더라. 신뢰, 동료, 우정, 가족… 사랑에서 기반한 무언가. 평화롭고 다정하고 닿지 못하는 것들.) 믿음이라… .
난 한 번도 누군가에게 믿음을 받은 적이 없어서요. 그러니 믿음도 줄 수도 없어요.
(그 무엇 하나 가지지 못한 것들. 진작에 손에 놓고 감히 탐내지도 못한 무언가. 그제야 코오요오 리에키는 웃었다. 믿어? 내가 당신을?) 더욱 못 믿겠는데요? 당신 성격 아니까 안 믿는 거예요.
난 오직 나만 믿어요.
그러니 개수작 벌이지 말고 앉아서 대답이나 잘 해요.
목숨이 보장된다고 그 잘난 신체 하나 내가 못 건드릴 거라 자만하지 말고.
저도 키워준 은혜는 알지만, 그건 넘어가고... 그보다 오해예요, 당신 한 명과 세상을 같은 선상에 두기엔 무게가 안 맞다고요. (사람 수백 정도라면 모를까. 뒷 말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심문 방법은 언제나처럼 심문관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연극적인 투로 말하며 웃어보인다.) 다만 저도 평소 몸상태가 아닌지라 세밀한 조정이 필요하겠죠. (가능하다면?)
뭐, 그래요... ... 믿지 않는다면야 어쩔 수 없고.
마저 질문하실까요.
그럼 당신 한 명과 세상을 같은 선상에 두기에는 무게가 맞고(언제 웃었냐는 듯 다시 표정을 굳힐 리에키가 니시오카를 노려본다. 목숨 보장된다고 자만하는 꼴이 우습다. 당장이라도 웃는 면상을 갈아버리고 싶었지만 찾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든다.)
개자식… .
… 살인에는, 흉기를 사용했나요?
(그 말에 픽 웃는다.) 아마 안 맞겠죠. (도로 의자에 등 기댄다.) 하지만 내 의지가 아닌 걸 어떡하나요? 리에키 씨는 길을 걷다가 태풍이나 쓰나미 따위의 재해에 휩쓸린 사람에게도 같은 말을 할 건가요. (말의 어조가 묘하게 낮았다. 시선 또한 더는 너를 향하지 않는다.)
네, 그랬죠.
이 몸으로 사람을 맨손으로 죽인다는게 가능한가.
… 다르지 않다고? (늘어지는 변명은 귀에 도달하지 못한다. 멍하니 그 말을 되새긴다. 목소리가 울려 사방이 흔들린다. 몇 번이고 다짐한 것들이 점차 형체를 잃는다. 리에키. 제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합쳐져 귀가 아파졌다. ) … 그래. 그렇죠.
다르지 않죠. (손을 뻗는다. 제 다리를 잡고 등을 타고 올라와 제 목을 조른다. 죽어, 제발. 환청과 환상이 뒤섞여 눈앞에 안개가 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니시오카를 밀어뜨리고 그 위에 올라탄 이후다.)
(손을 잡는다. 그대로 반대로 꺾는다. 무식하게 힘 센 여자가 무얼 할 수 있겠는가. 하나 다른 게 있다면, 나는 당신과 달리 흉기 따위 필요 없다. ) 그럼 당신도 재해에 휘말렸다고 생각하세요.
...죽일 건가요? 리에키. 날 죽일 거예요?
과연 천재지변다워요. 내게 재앙은 한 번으로 족했는데, 이젠 세 번째를 차지하려고 하니... ...
... ...
...리에키 씨, 그만해주세요. 아파요... ...
근데 그것도 상대가 같은 사람이기에 해당하는 말 아닌가요?
(사람조차 못 되는 걸 내가 왜 봐줘야 하지? 가증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을 노려본다. 아픈 척 비명을 지르고 애원하면서 웃는 꼴에 헛웃음이 나온다.) 나는 멍청하고 못 배워 먹은 사람이라 좀 무식하거든요. 그런데 그거 알아요? 폭력은 태초부터 쓰인 대화 방법이란 거.
(이제야 사람 탈을 뒤집어쓴 무언가는 말한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가증스러운 입에 제 손가락을 억지로 욱여넣는다. 혹여나 비명이라도 질러 간수가 오면 큰일이다. 뭐, 그것도 몇 대 쥐어박으면 조용해지겠지만.)
당신은 그 말을 몇 번이나 들었나요? (질척한 입안이 기분 나쁘다. 물컹한 혀가 느껴지자 더 우악스럽게 손가락 네 개를 더 깊이 집어넣는다. 한 손이 묶였지만 고작 일반인 하나를 못 이길까.) 언제까지 그 평온한 태도 유지할지 궁금하네요.
(남은 손을 든다. 눈물로 범벅된 왼눈 옆을 쓰다듬는다. 난 이 뒷면을 알고 있다.)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으니 괜히 심기를 거슬렀다가 혀도 잡아 뽑힌다면 꽤나 큰일일 것이다. 길고 까슬한 손가락들이 제멋대로 목구멍 깊숙이 헤집는 통에 두어번 헛구역질을 했지만 곧 잠잠해졌다. 얄팍한 숨만 내뱉으며 모든 저항을 멈췄다. 어차피 상황을 바꿀 선택권은 제게 없었고, 그렇다면 남은 것은 정신이 돌아온 이후의 코오요오 리에키가 눈앞의 참상을 본 뒤 조금이라도 죄책감이 들도록 하여 빚을 지우는 것 뿐이다.)
(하지만, ... 결국 그들의 손에 장난감처럼 옮겨지다 죽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나았다. 그리고 코오요오 리에키는 평생 그것을 모를 것이다. 잠시간 시선 굴린 니시오카는 무력감과 두려움에 일렁이는 시선을 매끄럽게 표방하며 리에키의 눈을 마주했다.)
(눈 하나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언제나 위험을 동반한다. 누군가 다가와도 쉽사리 알아차리지 못하고 공격이 들어와도 피하지 못하고 막는 게 고작이다. 자신도 적응하는데 고생을 꽤나 했다. 넘어지고, 부딪히고, 피멍이 들고, 텅 빈 공간이 아파 울었다. 이제는 익숙한 그 고통을 당신이 느낄 차례다.)
(손가락이 눈을 파고든다. 소름 끼치는 감각이지만 익숙하다. 생명의 무게가 공평하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안구를 눈에 박고 평생을 그 아픔에 고통받으며 살리라. 만약 무게가 달라 너에게 새 기회가 쥐여져도 그 경험은 변치 않으리라.) 니시오카, 뭐 하나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난 지금 제정신이에요.
(언제나 화를 내고 윽박지르던 목소리는 차분했다. 아니, 오히려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의 환희 같았다. 리에키는 실타래처럼 늘어진 액체를 가볍게 털어 끊어내고 작은 구체를 눈앞에 가져왔다. 생각보다 별거 없는 그것에 흥미는 곧바로 식어서 구석으로 던져 버린다. 퍽. 무언가 뭉개지는 소리가 난다.)
… 사람이 얼마나 튼튼한지, 당신도 궁금하지 않아요? (조용히 속삭인다. 어떠한 감정도 담지 않은 말투와 달리 두 눈에는 불이 담겨 있었다)
(텅 빈 구멍에서도 눈물이 나올 수 있는지는 알지 못했으나, 어쨌거나 울고 있었다. 고통에 소리없이 몸서리치다 잠잠해지고, 이내 적막만이 감돌 때까지도 계속. 네가 무어라 말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떨어져 나간 제 왼 눈의 행방조차 쫓지 않았다.)
... ...
...이제, 만족하나요?
(그 음성은 아주 고요했다. 금방이라도 끊길 듯 스러질듯하다가도 제법 길게 이어졌다. 제 눈구멍을 타고 이어져 뇌를 태우는 듯한 작열통을 가만 느끼며 눈을 감았다. 이 모든 일이 그저 끔찍하게 피로하다.)
난 당신을 항상 이해할 수가 없어요. 아마 내가 죽어도 당신을 이해할 날은 오지 않겠죠.
(사람이 너무 화가 나면 반대로 머리가 식는다. 인간은 살아있을 때 보지 못할 달의 뒤편을 봐도 나는 당신을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어디를 봐야 이해할 수 있지?) 그래도 당신이 믿어 달라 하니, 나도 노력을 해보려고 해요.
(사람이길 포기하는가? 아니다. 나는 아직 인간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럼 결국 미쳐버렸나? 우습게도 코오요오 리에키는 제정신이다. 불타던 고아원에 몸을 날릴 때도 맨정신이었다. 솜뭉치를 대신해 들어간 손가락이 끊어질 듯 아팠다. 등을 덮치는 불이 온 세상을 삼킬 것 같았다. 이것이 꿈이 아니란 걸 상기한다.) 만족하려면 안구가 아닌 목숨을 가져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안되잖아요?
당신 말마따나 난 무식한 어리석고 무식한 인간이니 똑똑한 당신 말 한번 들어줄게요. 다음은 어디가 좋아요?
... ...
리에키 씨. 잠시만... ...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낮게 잠겨 메마르고 갈라진 목소리로 말 잇는다. 울음에 토막난 숨이 섞여들었다. 우습게도 한계였다. 다른 이도 아닌 네게 기다려달란 말을 할 정도로. 애초에 정신과는 달리 그닥 튼튼하지 못한 육체였기에 아까부터 줄곧 이어지는 잔떨림이 채 멎지 않았다. 여기서 멈춘다 해도, 멈추지 않는다 해도 시간이 필요한 건 같았다.)
... ...부탁할게요.
(음성은 정돈되어 있었으나 선택된 단어는 그러지 못했다. 기실 네 물음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졌다. 유일한 것을 잘라낼 수는 없으니 여러개인 것 중에서 고르자면 발가락, 손가락, 귀 정도였으나 발가락은 손실될 시걸음에 치명적인 결함이 되므로 최대한 기각, 손가락은 약지와 소지 중에서는 두어개쯤 골라도 될 것이나 가장 눈에 띄는 부위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는 역시 귀가 가장 나은데... 당장은 그 통각을 한번 더 참아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네가 빠르게 끝낼 것 같지 않았으므로.)
(그리고, 다 떠나서... 허울 좋은 믿음이 그리도 중요하던가. 어차피 코오요오 리에키는 니시오카 유우를 믿지 않는데. 우습게도 이번에는 결백했으나 네가 믿지 않을 것임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내가 위했던 것은... ...)
니시오카, 그거 알아요? 인간은 그 사람이 경험한 고통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해요. (누가 말했더라. 스즈키? 선배? 어쩌면 공사장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일 수 있다. 뭐 이제 와서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유무는 지금부터 확인하면 된다.) 나도 노력을 하니, 당신도 노력을 해야 수지가 맞죠.
(그의 목을 더듬는다. 손에 달라붙은 질척한 액체가 점점 사라진다. 어디인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지금도 화끈거리는 그곳은 여전히 열기를 품고 있다.) 난 성격 급한 여자라서요. 없는 걸로 알게요.
(가증스러운 연기는 무시한다. 어쩌면 진실인지 모를 애원이 무슨 소용인가? 당신은 선을 넘었고 난 너의 심연을 엿봤다. 믿음? 인정한다. 이건 네 말이 옳다. 믿음은 비효율적이고 가치가 없다. 돈은 실체가 있지만 믿음은 그저 허상에 불과하다. 우리 사이에는 더욱 쓸모가 없는 것이다. 걸리적거리는 머리카락을 치우고 목을 타고 이내 어깨를 누른다.) 아, 불이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아쉽네요. 그렇죠?
(완전히 몸을 돌려 니시오카의 왼 다리를 잡고 무릎을 반대 방향으로 꺾는다. 들려서는 안 될 소리가 방에 울려 퍼진다. 등 뒤로 떨어진 불타던 목재, 두 다리를 집어삼킨 화염. 이것들을 전해주지 못해 아쉬웠으나 꿩 대신 닭이라고 고통의 결은 달라도 마음은 전해졌으리라.)
같은 상처는 아니지만, 혹시 모르잖아요. 당신도 날 이해할 날이 올지.
아, ... ... 하하. (헛웃는다. 키득여 웃으며 실소했다. 타고나길 다른 형상으로 빚어졌는데 고작 그 단편적인 고통으로 두 존재가 연결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이 가능했다면 너 역시 진작에 나를 이해해야 옳았다.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일방적인 화풀이가 아니라.)
... ...왜, 그렇게, 화가 났어요?
(울음도, 비명도, 신음도. 죄 삼켜낸 것들로 쉬어버린 음성으로 물었다.) ...불, 그래. 불로 같은 곳을 지지면, 같은 상처를 내고 같은 자해를 하면... ... 그러면 내가, 당신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나요?
그럴 수 없음을 알고 있잖아... ...
(토막난 숨을 몰아쉬었다. 날카롭게 찌르는 듯했던 작열통이 이제는 무디고 둔탁하게 느껴졌다. 가리고 있던 팔을 내리며 새파란 시선을 네게 향했다.)
어차피 만족할 때까지 화풀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잖아요, 당신은.
왜 화가 났냐고요? (코오요오 리에키는 언제나 분노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작은 일에도 성을 못 참고 달려들며 간단한 일조차 복잡하게 만든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당신과 다르다. 왜 화가 났냐고 묻는다면, 그전에 대답할 게 있다. 그녀는 누구에게 계속 화가 나있는가?) 생각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자신을 버린 부모? 도망친 원장과 불공정한 세상? 아니면 니시오카 유우? 대상이 많아 파악하기도 힘들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당신이 내가 제일 혐오하고 끔찍이도 싫은 존재라는 것이다.) 왜 알지 못해요? 니시오카, 당신이 세상의 전부를 알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혹시 몰라요. 내가 왜 화가 났는지, 당신이 이해할 날이 올지.
(화풀이라. 그래 맞다. 이건 순전히 화풀이에 불과하다. 손목을 꺾고 눈을 뽑아내고 다리를 부러트려도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세상의 멸망은 벌써 코앞까지 왔고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화풀이다. 당신에게는 그저 불행의 하나일 뿐이다. 본래 다 그런 거 아닌가. 재난이든 재해든, 전부.) 걱정마세요. 날 봐요. 멀쩡하죠? 사는 데는 아무 지장 없어요.
(안심시키며 오른 다리를 붙잡는다. 똑같이 반대 방향으로 꺾으니 고작 두어 번 했을 뿐인데 이제는 좀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몸을 일으켜 니시오카 유우의 얼굴을 바라본다. 가려진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귀한 분이 보이기 싫다는데, 뭐.) 나도 걸어 다니는데, 당신이라고 못 걷겠어요?
어때요? 이제 좀 날 이해할 것 같아요?
(줄곧 힘을 주어 앙다물고 있던 턱이 뻐근했다. 저도 모르게 멎었던 숨을 의식적으로 내뱉으며 너를 응시한다. 니시오카 유우라고 분노할 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런 불합리한 꼴을 겪으면서도 결코 화내지 않는 것은, 끝까지 냉철한 이성을 놓지 않고자 하는 것은 결국 지금의 제게 코오요오 리에키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가 더는 필요 없게 될 순간까지는 최대한 맞춰줄 수 있었다. 화풀이든, 무엇이든.) ...그렇게 말하는 인간치곤 조금도 기대하는 얼굴이 아닌데.
(식은땀에 잔뜩 젖은 낯으로, 미간 찡그린 채 웃었다. 자각도 하기 전에 나오는 습관성이다.) ...이해할 수 없어요. 왜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고.
(비척거리며 여즉 제 다리 쥔 네 손을 끌어내렸다. 얼핏 진저리쳤지만 이미 한참 전부터 떨고 있는 몸인지라 크게 티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요... ... 의외네. 아예 못 걷게 만들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화풀이니까.
형태라도 붙여주어서, 감사하다고 말해야 할까요?
(짤막히 토막난 숨 크게 들이쉬었다. 그 상태로 흐트러진 낯을 최대한 정리한다.) ...다 끝났으면 좀 일으켜주겠어요?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당신도 언젠가 나를 이해할 날이 올 거예요. (그날이 오기는 할까. 어쩌면 그것보다 세상의 멸망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리에키는 어린아이에게 말하듯 한껏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당신을 이해할 날이 온다면, 당신 또한 날 이해하게 되겠죠.
이번이 끝일 거라 생각한 건 아니죠? (이번 생이 어렵다면, 다음 생을 기약한다. 지독하게 엮인 운명은 무한한 순리 속에서 몇 번이고 마주칠 것이다.) 니시오카. 내 몸에 난 흉이 고작 그것 밖에 안될 것 같아요?
이번에는 시간도 없으니, 그래요. 급한 불 먼저 해결하죠. (끌어내리는 손을 제지하지 않는다. 화는 풀리지 않았고 더 할 수 있었으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감사 인사는 됐어요. 당신에게서 듣는 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으니까요.
(손을 거칠게 털어내고 그대로 멱살을 잡아 몸을 강제로 일으킨다. 대충 의자에 던져두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넘어진 제 의자도 끌고 온다. 들어오기 전 받은 서류철은 책상과 함께 바닥을 나뒹군다. 다시 주워 책상에 던져두고 자리에 앉는다.) 질문할 것도 없고 당신 생명줄도 연장되었는데, 영상이나 확인하죠. 아니면, 할 말 있어요?
그러니까, 비효율적이라는 거잖아요... (네 손에 멱살 잡힌 채 거의 내동댕이치듯 앉혀졌지만 별다른 말은 없다. 잠시 시선 조금 올려 허공 응시했다. 아, 죽을 것 같다...)
... ...아뇨, 확인하세요. (눈짓으로 아마 간수가 보고 있을 심문실 안의 CCTV 가리킨다.) 저들에게 요청하면 틀어줄 거예요.
(몸을 일으켜 문을 열고 간수를 부른다. 서류에 적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이봐요, 여기 적힌 영상 볼 수 있죠? 주세요.
(착각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가요? 결국 안 죽는데.)
(대충 넘기고 영상 확인 합니다)
(영 불쾌한 표정으로 화면 보고는) ... 대화한 상대가 협박한다던 그 새끼인가요?
(고개 모로 기울인다.) ...그쪽 눈에는 보이나요?
기준치: | 70/35/14 |
굴림: | 24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없어도 너무 없긴 하네요.
지금은 그래요.
뭔 관음증 있는 변태도 아니고. 여전히 그대로인가요?
네, 그대로네요.
즐거우신가보죠.
당신 닮아 성격도 이상하네요.
그럼 이 귀찮은 상황은 언제 끝나는데요?
음... ...
...아직 시일이 남아서요.
그 시일이 얼마나 남았는데요?
이 이상 시간 낭비는 사양이라서요.
아니면 당신 계속 범죄자 신분으로 있나요?
중요하니 빨리 답해요.
...리에키 씨는, 아무래도 후자를 선호하겠죠?
당신 목숨과 세상이 떨어지자마자 하직 준비나 하세요.
답해드리고 싶은데.
그것 참 죄송스럽게도... 말할 수가 없겠네요.
그것까진 허가받지 못한 범주라서.
그래... 뭐 기대도 안 했어요.
그럼 다시 예, 아니오로 대답해 볼까요?
당신 목숨만 붙어 있으면, 세상은 무사한 거 확신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더 건들진 말아주세요. 진짜 죽을 것 같거든... ...
그럼 당신이 지켜야 할 사람도 무사하고?
... ...
(입술 달싹였다가 짤막히 한숨 삼키곤 다문다.)
(헛웃음 짓는다. 신도 참할 일 없다. 그 지루함 좀 다른 곳에 쓰면 좋으려만.) 그럼 뭐 달라지는 게 있나요?
악령이든 신이든 뭐가 달라져요?
본질은 똑같은 것 같은데. (중얼거리고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요.
이번에도 배신할 건가요?
(고개 모로 기울인 채 중얼거렸다가 그 질문에 시선 마주한다.)
(...) 난 지금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배신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고.
악령이든 신이든, 사실은 변하지 않아요. 고작 인간들 세상 멸망 좀 해보겠다고 꼴에 전직 퇴마사 이용하는 모습이 우습지도 않나요?
멸망을 못 막으면 우린 끝이겠죠
그러니 내뱉은 말은 모두 다 지켜야 할 거예요.
당신 목숨이 연장된 이유를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몸을 일으킵니다. 더 이상 진행할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
(뭐... 안 죽겠지.)
... (잠시 고민하고는)
(재갈을,,,, 굳이 풀어야 하나?)
(어차피 이제 더 물을 것도 없는데?)
(...) 수갑만 채워 주세요.
오늘은 마지막 심문 날입니다.
내일은 간단한 심문과 함께 판결에 따라 형을 집행하게 될 겁니다.
부디 현명한 판단을 위한 취조를 부탁드립니다.
(별다른 표정 없는 낯으로 너를 바라보았다가, 이내 간수를 향해 시선 돌린다.)
축하해요. 뭐, 케이크라도 사다 줄까요?
(영 귀찮다는 얼굴)
영광이라고 해야 할까요?
(가벼이 눈 휘며 웃었다.) 현명한 판단... 그래요. 현명한 판단이라.
(표정을 구기며 거칠게 서류를 읽습니다)
리에키 씨에게는요.
.... 그래서요?
뭐, 할 말 있어요?
왜 그렇게 나를 싫어할까요?
내가 죄 없는 이들을 죽였다면 충분히 이해될 법한 일이겠죠.
아니면 세계 멸망을 위한 수작을 부렸다거나... ...
하지만 저들은 어차피 잡혔다면 사형을 선고받았을 질 나쁜 범죄자들이고. 리에키 씨가 새삼 그들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낄 것 같진 않은데.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오해가 기반이었다면 절반 정도가 풀린 와중에도 여전한 적개심의 원인은 무엇인지.)
죽일 사람 잘 골라 죽였다? 어차피 잡아도 죽었을 새끼들이다? 그러니 나는 죄가 없다?
(쾅! 주먹이 책상을 내려칩니다.) 그래서, 뭐! 그럼 당신의 죄가 사라지나요?
협박 받아 어쩔 수 없이 질 나쁜 놈들만 골랐으니 난 죄가 없다! 뭐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하...진짜. 웃겨서. (헛웃음 내뱉는다.) 이봐요. 내가 당신이 싫은 이유가 고작 그것 뿐일 것 같아요?
난 당신이라는 인간 자체가 혐오스러운 거예요. 뭐. 이유라도 하나씩 말해줘?
그럴까요.
말해줄래요?
들으면 고칠 마음이 생길 지도 모르고.
(코오요오 리에키는 니시오카 유우가 싫다. 추악한 인간성과 더불어 그 가증스러운 태도가, 언제나 위에서 내려다보는 말투와 행동이. 지독히도 끔찍한 인간이다.) 아~ 그러세요?
그럼. 당장 떠오르는 건만 말해줄게요.
바로, 이거요. (몸을 일으켜 거리를 좁힌다. 검지로 니시오카의 이마를 밀어낸다. 이 태도, 정말 짜증 나기 그지없다.)
입만 열면 거짓말과 비아냥에, 사람 내려다보며 알게 모르게 선 긋고 자연스럽게 아랫사람으로 취급하는 것도 싫고, 사고는 거하게 치고 강 건너 불구경인 것 마냥 유유자적한 꼴이 짜증 나요!
(손가락 계속 이마를 밀치다 이내 멱살을 움켜진다.) 거기까지면 그냥 재수 없고 말지! 자기 욕심 때문에 악신과 손잡고 세계 멸망을 기획한 건 포함도 안 시킨다 이거지? 협회의 자비로 겨우 넘어갔으니 그건 이제 없는 일이다?! 그러고는 정신 못 차리고 사라진 영력 다시 찾겠다고 위험 지역은 들쑤셔서 일은 배로 늘리고! 일반인 신분이라고 손 못 대는 거 이용해서 사람 뒤처리나 시켜?!
정작 자기 목숨 위험하니 무고한 시민들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꼴을 누가 좋아하는데!!!
무엇보다 협박을 받든, 타깃이 범죄자든 그래서 당신 죄가 사라지나요? 그래서 자기 살인은 정당하다? 당신은 그게 문제예요! 최선이 아닌 자신이 편하고 이득인 길만 고르니까 문제라고요!
싫은 점은 진짜 끝도 없거든요? 밑바닥도 보이지 않는 당신 인간성은 내가 본 인간 중 가장 최악이고요! 이기적인 것도 정도가 있지…! (숨을 들이 쉰다. 속이 부글거려 열불이 터질 것 같았다.)
… 그런데.
그런데 기회도 없었으면 몰라.
난 몇 번이고 기회를 줬어.
멍청하게 목숨 날리는 꼴 그래도 일반인이니 참고 몇 번이고 구해줬고, 계속해서 쥐 죽은 듯 살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는데! (누구는 그 기회를 가지고자 존엄성마저 버렸는데 당신은 가만히 있어도 주는 걸 발로 차?)
난 당신이 싫어! 혐오스럽다고! 네가 사람 새끼긴 해? 그러면서 꼴에 소중한 사람은 있다 이거지?
그 태도가 제일 끔찍해! 자기 것만 소중하고 타인은 생각도 안 한다는 점이...! 내가 영영 당신을 싫어할 이유야! 이제 만족하냐?!
(손을 높게 들어 올린다. 뺨을 내려치기 직전 멈춘 손은 끝내 닿지 못하고 내려왔다.) 당신 같은 새끼도 사랑해 주는 인간이 있다는 걸 감사히 여겨 . 지금 네 목에 달린 생명의 무게도.
그래요, 알았어요.
전부 다 싫다는 뜻이군요.
(말만 들으면 이제 고쳐야겠단 문장이 이어질 법하건만 그저 기이할 정도로 잔잔한 음성이 뒤따른다.)
그냥 싫어하는 게 낫겠네요. 애초에 이제와 새 삶 살겠다고 호소한들 믿어줄 것 같지도 않고, 그걸 전부 고치려면 저라는 인간을 통째로 뜯어고치는 것보다 품이 많이 들어서... ...
아, 그래도 일반인이라고 굳이 기어들어와 구해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대가는 치렀으니 손해본 건 사실상 기분 말고는 없겠네요. (제 뺨 내리칠 듯이 들어올린 손이 끝내 내려가는 것을 바라보다 펜을 역수로 쥐었다.)
(발원지가 제 것 아닌 충동은 언제나 불쾌감만 남을 뿐이었기에 표정 묘하게 일그러트린 채로 제 목 겨눈다. 퇴마사의 육체는 이제는 능력을 잃었어도 여전히 일반인보다는 깊이 열려 있었다. 신이든, 악령이든 드나들기 쉬운 통로가 된다는 것은 여전했다.)
(그러니 지금 니시오카의 목을 겨눈 펜대를 움켜쥔 손은, 명확히 누구의 것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그래, 그러고보니 당신은 아직 그걸 물어보지 않았네요. 내가 왜 사람을 죽인 것 같나요?
나는 여러번 답을 했었는데... 결국 그 머릿속에 남아있진 않겠죠. 믿지 않으니까.
… 당신의, 그런 점들이 너무 끔찍해요.
(겨우 내뱉은 말은 날 비참하게 만든다. 당신이 살아 숨 쉬는 행위 자체가 거슬리고 나에게는 기만이다. 이런 개자식에게 세상의 존망이 달려있다니. 불공평해도 너무 하지 않은가. 조금만 저울이 무겁다 싶으며 이를 인질 삼아 칼을 휘두르는 게, 본인 의지가 있든 없든 내가 당신을 싫어할 또 하나의 이유다.)
(펜이 그의 목을 향하기 전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는다. 무엇이 되었든 지금은 사적 감정을 헤아릴 상황이 아니다. 그 목에 걸린 생명의 무게를 생각해라. 세상은 나에게 언제나 불공평했고, 내가 할 일은 지금 단 하나다.)
(펜을 잡은 손목을 붙잡는다. 다른 한 손으로 펜의 끝부분을 손바닥으로 막는다. 입술을 악문다. 비릿한 혈향이, 입안을 채운다.)
… 그게. 그게, 지금 중요한가요?
알아요, 그리고 그 원인이 내 노력이나 의지 같은 것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알고.
(시선은 가라앉아 있었으나 대답은 제법 상냥했다. 제 의지 없는 일조차 자신의 죄로 받아들이는 것이 납득이 안 되었다. 애초에 모든 인간에게는 생존 본능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살고자 하는 것이 죄라고 말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면서 대상이 이 쪽이 되기가 무섭게 괜한 짓 하지 말고 차라리 죽으라고 참 쉽게도 말하지. 납득시키지 못했으니 얌전히 죽어주어야 할 이유도 없었다.)
(펜을 곧게 쥔 손이 저지당했지만 쉽게 밀리지는 않았다. 적어도 평소의 미약한 일반인에 지나지 않던 범주의 힘은 아니었다. 잠시의 실랑이 끝에 펜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지자, 그제서야 니시오카 유우가 코오요오 리에키를 바라보았다.)
... (맥이 탁 풀린 듯, 혹은 팽팽한 실이 끊어진 듯 경직된 몸이 일순 힘을 잃었다.) 알아야 할 것들 중 하나였어요.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죽임으로써...
나쁜 뜻은 아니었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제발.
자기밖에 모르는 개자식이라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당신은 깨끗하지 않다.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재앙과 손을 맞잡은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너를 미워한 사람의 수만큼 당신의 죄는 퇴적될 것이다. 그러나 니시오카가 멸망으로 향하는 이 세상에 가장 큰 죄인이냐고 묻는다면, 단언할 수 없다. 그녀 또한 완전한 선이 아니기에, 이것이 정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화풀이에 불과한 이유다.)
그래서 내가 당신을 못 믿는 거예요. (살고자 한다. 편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거 다 하며 천수를 누리고 싶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픈 건 싫고 죽는 건 더욱 싫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면 너무 쉽게 죽음을 강요한다. 그녀 또한 같다. 모든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로 죽으라고 소리친다. 그야 당연하지 않은가. 내 목숨 하나로 무고한 아이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나는 수천 번도 넘게 지옥불에 몸을 던질 것이다.) 모두가 당신과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테니까.
(애원은 통하지 않는다. 찢어 죽일 범죄자라 해도 어떤 사람에게는 소중한 가족이다. 하나뿐인 연인이며, 오직 그를 위해 목숨마저도 내던질 단 한 명이 존재하는 이상 너의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너도 마찬가지리라.)
………구하고자 하는 게, (입을 연다. 모래를 삼킨 듯 입안이 비쩍 마른다. 곧바로 뒷말을 잇지 못하고 잠시 침묵한다. 우리는 서로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만큼 양극단에 서있지만 아예 틀리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차이는.)
… 소중한 사람인가요?
(짙푸른 시선이 양립할 수 없는 평생치의 몰이해를 담고서 너를 향한다. 어쩌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물음일지도 모른다. 니시오카 유우가 코오요오 리에키에게 건네는.)
...내 선택이 그리도 잘못되었나요? 잃은 것과, 얻은 것이 처음보다 명확해진 지금 이 순간마저도?
(자꾸만 감기는 눈꺼풀을 의식적으로 들어올렸다.) 내게 소중한 사람은 한 명이지만... 결과적으로, 구해낸 건 그보다 많아요. 굉장히 많죠.
(평소답지 않은 몸상태가 물결에 박차를 가했다. 몸을 가득 채우던 것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남은 깊은 공허에 서서히 잠식될 것 같았다. 이미 한참 전부터 정신마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드높은 존재들과 섞였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나는, 내 목표는 무엇이었지.)
하하.. 리에키 씨. 한 대만, 쳐 줄래요? 지금이 아니면 내가 여기 선 목적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 있듯이, 타인에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이런 존재도 사랑받는다. 소중하다고 느끼는 존재가 있다. 리에키는 그 사실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 당신은 모든 걸 다 가지고 있어요. 적어도 남들보다는 풍요롭겠죠. 그러기에 더 나눌 수 없나요? 그게 최선인가요?
(잘못? 그럼 난 잘못해서 이렇게 살아왔나? 안다. 알고 있다. 이건 괜한 사람에게 하는 화풀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입에서 나온 말은 기만과 같아서, 리에키는 화가 났다.) …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남들보다 많은 걸 가졌다는 의미예요. (잃을 게 있는 사람만이 오직 이득을 따질 수 있다. 소중한 걸 가진 적 없는 나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 난, 난 적어도 당신처럼 살지 않을 거예요.
(손을 높이 든다. 익숙한 타격감에 통증이 몰려온다. 입안이 터졌는지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고, 이내 그것을 땅에 뱉는다. 스스로 제 뺨을 때린 그녀가 니시오카를 응시한다.) … 그 잘난 머리도 못하는 게 있나요? 알아서 하세요. (이러다 죽으면 지금까지 해 온 게 물거품이 된다. 리에키는 입을 다물었다. 지독한 나날이다.)
(주어진 열 다섯이 전부 범죄자가 아니었다 해도 니시오카는 결국 그들을 죽였을 것이다. 다만 어린아이, 약자, 이런 일들과는 전혀 상관 없이 평범한 凡人... 그들이었다면 지금보다는 오래, 그리고 자세히 기억했을 것이다. 니시오카는 제 나약함은 경멸했지만 타인의 나약함은 때때로 적선하듯 연민할 때가 있었으므로.)
나누고 있어요. 내 딴에는 나름대로... 성의껏. 다만 그쪽이 보기엔 이해할 수 없겠죠. 내 기부도, 선물도, 선행과 의무도 모두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 따르니까. 하지만 위선조차 죄악이라고 한다면... 다른 이들은 어떻게 그리 선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거죠?
(네가 손을 치켜드는 것을 동요 없는 낯으로 바라보았다. 그 손이 자기 스스로의 뺨을 치고 떨어지는 건 확실히... 두번은 없을 볼거리이긴 했다만. 그래... 어쨌거나 자신은 인간을 이해할 수 없음을, 그것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느릿하게 눈 감았다 뜬다. 다시 들린 눈꺼풀 안쪽의 눈동자는 제법 선명해져 있었다.)
...더 알고 싶은 건? 아직 남은 질문이 있나요.
(그렇게 말하는 자신이 우스워 헛웃음을 내뱉는다. 소중한 사람을 가진 적도 없는 주제에 내가 해도 되는 말인가? 이건 모순이다. 이 상황도, 대화도, 관계조차 모두 모순적이다. 무엇보다 가장 모순적인 건, 코오요오 리에키 자신이다.)
… 니시오카, 당신은.
(나쁜가? 모르겠다. 그렇게 믿어왔던 것들이 이제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나쁘다. 그러나 당신이 내뱉는 것들이 틀린 것도 아니다. 모두가 자신처럼 살 수 없다. 잃은 게 없는 사람만큼 무모한 자는 없고, 무모하기에 내일 죽음이 찾아온다 해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 슬프지 않았다. 자신을 위해 울어줄 사람이 없음으로. 삼도천의 강이 죽은 이를 그리워하며 흘린 눈물로 이어져 있다면, 자신은 강의 밑바닥을 보리라.) ... 죽으면 울어줄 사람이 있나요?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두 손으로 눈을 누른다.) … 글쎄요. 모르겠네요.
… 더 알아야 하는 게 있나요? 알면 이 상황이 달라지나요?
전해야 할 말이 더 있다면... 알아서 하세요.
(모르겠다, 그래. 자신은 확실히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이제와 평범하고 선한 사람의 흉내를 내기 위해 더 많은 것을 무리하게 알아야 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네 말이 나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결국 네 스스로도 확신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래, 정말이지 제게 인간이란 너무 어려웠다. 어제는 그토록 분노하며 화풀이를 해대고, 자신을 조각조각 뜯어삼키지 못한다는 게 분해서 못 견디겠다는 낯을 했으면서 지금은 또 저렇게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듯한 표정을 짓는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통 알 수가 없다.)
(니시오카는 시선을 돌렸다. 늘상 자신을 못 잡아먹어 안달난 인간이 저 꼴이 된 것도 확실히 두 번은 없을 일이다. 그렇다면 코오요오 리에키, 너는 네가 말한대로 내게 같은 상처를 새겨주며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되었는가? 어째서 나는 그럼에도 너라는 인간을 조금도 알 수가 없는가? 고개 모로 기울인다.) 아무렴... ... (그런 일이 다 무엇이 그리 중요한지. 정작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닌데. 천천히 눈을 감고 내주어야 할 것과 삼켜야 할 것들을 머릿속으로 다시금 정리했다.)
...피곤하네요.
이만 할까요.
(몸을 일으킨다. 눈길조차 주지 않고 그를 지나친다. 더 이상 니시오카 유우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우습게도 머릿속은 온통 너로 가득했다. 문고리를 잡는다.) … 정말.
정말로... .
(똑같은 상처를 공유하고 아픔을 느낀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어리석은 생각이다. 막연한 믿음이 아닌 화풀이에 가까운 주장이고, 또 허망한 결말이다.) … 인정하기 싫은데요. (지금도 인정하고 싶지 않다. 문고리를 세게 잡는다. 삐그덕 거리더니 이내 소음을 내며 부서진다.)
당신 말이 맞아요. 헛수고였어요. (어찌 신체적 고통만이 그 사람을 대표할 수 있겠는가. 사람의 인생을 책으로 담는 것만큼 어리석은 행위다. 주어 없이 겨우 내뱉은 말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든다. 대답이 돌아올까 곧바로 문을 세게 닫고 빠르게 자리를 떠난다. 내일이, 앞으로 찾아올 미래가, 막연히 두려워졌다.)
(무겁다고.... 정의를 내리는 게 맞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죠.)
(사적인 감정에 휘말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게 걸려있으니까요.)
(언제나 그렇듯, 평소처럼 해야 할 일을 할 뿐입니다.)
기준치: | 60/30/12 |
굴림: | 5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하나만, 마지막으로 물을게요.
.... 당신이 소중하다고 말한 사람이,
당신이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 단 하나의 거짓도 포함하지 않는다고.
맹세할 수 있나요?
그런 내게 맹세를 바란다는 건, 결국 나도 그 인간의 범주에 포함한다는 의미인데.
대답을 듣고 싶은가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도.
이번만은 구하고자 했다는 것도.
그런가요.
그럼.... 됐어요.
시작해요. (니시오카를 지나쳐 먼저 앞으로 나아갑니다.)
(그제야 나는, 이 순간이 꿈이 아님을 직면합니다.)
.... .
아니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아니에요.
니시오카 유우, 그가 완전히 무고한 시민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그의 의견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부정하겠습니다.
오히려 일방적인 손해죠.
그러니 부정하겠습니다.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를 신뢰하지도 않고, 신뢰할 수도 없어요)
(이제는 자신조차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제가 영영 이해하지 못할 걸 믿어보기 했습니다.)
...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건, 진짜라고 믿고 싶네요.
그러나 그에게는 울어줄 사람이 있어요.
.... 그는 죽어 마땅한 자가 아닙니다.
니시오카 유우가 죽어 마땅한 자라면, 저 또한 죽어 마땅하겠죠.
그러니 부정하겠습니다.
정말........................ .
한 가지는 거짓말이었어요.
그동안 나름대로 세상을 유지시켜보겠다고 애썼는데 내 생사로 인해 근 1년 간 이뤄낸 결과가 모조리 수포로 돌아가는 건 곤란하잖아요. 그러니, ...
제가 웬만하면 살려준 은혜를 갚으려 했는데 말이에요, 그 전에 우리는 셈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은혜와 원한을 변제해서, 값은 눈 하나만 받으러 가겠습니다.
한 가지는 거짓말이라면, 맹세는 진짜군요.
(니시오카 유우가 아닌, 수많은 원성과 원망을 가득 채운 이곳에서 유일하게 죽지 않기를 기도한 누군가를 믿습니다. 그 믿음의 대가가 제 하나뿐인 눈이라 해도, 후회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 마음을 영영 알지 못할 테니까요. )
그거 알아요? 당신이 개자식이라 정말 다행이에요.
(한껏 웃으며 손을 들어 하나 남은 눈으로 가져갑니다. 익숙한 감각. 난 이 감각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벌써 세 번째니까요. )
평생 원망하고 저주할 겁니다. 죽어버려! 당신 같은 개새끼는!
난 당신이 정말 싫어요!
당신을 마음 편히 싫어할 수 있어 다행이에요.
'티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P.S Good Luck [니쇼례끼] (0) | 2024.09.17 |
---|---|
디오라마로 가는 마지막 정류장 [니쇼례끼] (0) | 2024.09.17 |
My Little Bastard [니쇼례끼] (0) | 2024.04.18 |
I MEAT YOU [엘엗] (0) | 2024.04.18 |
D-DAY 7 [예연우/유진] (0) | 2024.04.18 |